비가 내린 뒤라서 계곡이 많은 북쪽 산을 향하여 마음이 쏠리지만, 계속 북향하는 종북(?) 세력도 아닌지라, 오늘은 지난 초봄 머핀님과 걸었던 서울 동남부 연계 산행에 나선다.
성남 검단산에서 시작 용마산 지나 벌봉 거쳐 서문까지 구간은 일단 뛰어 넘고,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시작 남문 거쳐 청량산에서 시작했다.
남한산성역 1번 출구에서 8시 30분에 만날 계획이 조금 늦어져 9시에 출발하여 남한산성 유원지를 지나 남문 찍고 청량산 지나 성남 검단산, 망덕산, 이배재 지나 갈마치 거쳐 영장산까지 이어졌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6시간 50분 동안 18km를 걸었단다.(7월 8일 일요일)
영장산에서 태재고개를 버리고 야탑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방향 잡아 솔밭에서 새마을공장쪽으로 하산했다.
머핀님과 초행에서 성남 검단산에서 해메고, 산산님과 소연님과 함게 영장산에서 하산하여 이매쪽으로 내려오며 본의 아니게 길게 길게 하산 코스를 진행해 원성이 자자했던 길을 오늘은 짧은 하산으로 마무리한다.
태재고개에서 불곡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석운동에서 국사봉 이수봉 매봉, 옛골 인능산 신촌 뒷말길로 이어지는 성남 시계 걷기로 잠시 미룬다.
큰언니와 작은언니는 영장산 못미쳐 송현동으로 하산하셔 13km를 걷는 노익장을 자랑하셨다.
큰언니, 작은언니, 머핀, 규니모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었던, 한여름의 숲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던, 땀을 엄청 흘렸던 날이었다.
단호박으로 만든 큰언니의 호박죽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노르스름한 호박의 색감은 눈의 호사, 입안 가득 퍼지는 쫄깃쫄깃한 새알은 이의 호사, 부드럽게 입안 가득 감기는 호박의 달콤함은 혀의 호사, 입안에 가득 찬 단호박의 내음은 코의 호사, 길게 남아 맴도는 큰언니의 마음은 행복의 완성이었다.
혹시 호박죽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해온 큰언니의 밥 한 그릇은 큰언니의 우리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배추 김치와 열무 김치까지 챙겨 오신 그 마음은 우리네 어머니 마음이다.
큰언니와 작은언니와의 솔직하고 격이 없는 대화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젊은 머핀과 규니모와의 발랄하고 상큼한 대화는 우리를 젊게 한다.
잠마비가 잠깐 물러간 여름 숲길에서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눠 마신 맥주 한 잔에 우리의 거리는 좁혀지고, 이 시간은 또 다른 추억이 되어 우리 마음에 쌓인다.
푸르름은 점점 짙어지고, 매미 울음 소리는 점점 치열해지는 이 여름날, 오르락 내리락 숲길을 거닐며 서로의 땀을 나누는 이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앞장 서서 걷다가 뒤에 오는 도반들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초록빛 숲 사이로 언뜻언뜻 도반들의 옷자락이 보이는 그 찰나,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온 얼굴과 마음으로 웃는 그 반짝이는 영원은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