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머핀님과 오랜만에 만나 오래 오래 걸을 예정이었는데 동생이 조카 녀석들 픽업을 부탁한다.
물론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지만, 동생 표현대로 자신의 갱년기와 어린 딸의 사춘기가 겹쳐 늙은 나이에 고군분투하는데, 모르는 척은 조금 아니었다.
지난 5월 31일 서초 알프스 걷고, 6월 3일 아라뱃길 이후에 처음 만나니 오랜만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2호선 사당역 6번 출구에서 8시에 만나 관악산 둘레길 쪽으로 관악산 입산, 12시 10분 과천 향교로 하산, 정부과천청사역에서 4호선을 탔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4시간 30분 동안 약 10km를 걸었단다.(6월 21일 목요일)
그동안 머핀님은 산산님과 설악산 종주를 하셨고, 사이사이 화요일마다 남산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걷기봉사 활동을 하셨고, 주말에는 백령도에 가신단다.
물론 나도 관동대로 3차를 다녀 왔고, 혼자 40km 걸어서 구성까지 탄천 따라 걷고, 의상 능선에 삼산 걷기에 나름 걸었지만 머핀님과는 도봉산행이 갑자기 취소 되는 바람에 거의 20일만이다.
거의 매주 만나 걸었으니 소원했다는 생각보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선다.
사당역에 서 있는 머핀님을 보았을 때 어쩌면 혈육 같은 자매애를 느낀다.
늘 이렇게 한쪽으로 감정이 치우친다고 느끼지만 늘 이렇게 속수무책이다.
여전한 머핀님과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게 관악에 들었다.
이야기에 빠져 늘 다니던 길을 놓쳐 하산길로 들었다가 다시 오르고, 주고 받는 웃음 때문에 사진도 거의 찍지 않고 연주대를 지난다.
오후 5시에 운전해야 하니 음주 없는 건전한 산행을 하기로 입으로만 약속하고, 내가 살짝 넣어 가지고 온 호가든 한 캔에 우리는 마냥 행복하다.
관악은 늘 여전하다.
언젠가 동작역에서 만나 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현충원 뒤 서달산 까치산을 거쳐 관악에 오른 기억, 서울 시계 걷기를 하며 관악의 깊은 속살을 보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초보 산꾼인 진경이와 관악에 처음 오르던 날, 나보다 다리가 길다고 내심 자부했던 진경이가 결국 바위를 오르지 못해 뒤에 오던 다른 등산객이 밀어 주어야만 했던 진경이 삶의 최대 굴욕적인 사건도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시간과 거리가 모든 기억을 추억으로 미화 시킨다고 비아냥거려도, 역시 불멸의 진리이다.
산은 늘 이렇게 여전히 그리고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