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빨리 진행되어 맑은 날을 기대했는데, 기상대 수퍼컴퓨터의 예감대로 새벽부터 빗소리 또 빗소리.
작심삼일이라던데 목요일에 겨우 두 번 수향비를 다녀온 삼목회는 오늘도 삼각산을 접어야만 했다.
지난 12일 목요일 곰배령를 신청한 내게 약간은 비난성이 있는 '일관성 있는 인간이고 싶어서'에 화들짝 놀라 다른 금요일로 연기했는데, 다른 선약으로 미룽 수 밖에 없었고, 오늘 19일 목요일은 태풍 카눈 때문에 또 접어야만 한다.
폭우주의보를 뚫고 북한산에 오를 만큼 무모하지는 않는다.
아들 스터디가 오후로 연기 되었다고 조금 자다가 나가겠다기에 아들과 스터디 조원을 위해 김치와 깻잎을 각각 넣은 참치김밥 열 줄을 말았다.
제 에미가 어렴고 힘들어 자취하는 여친이 제 도시락 싸며 자기 것도 가져 왔다는데, 엄마는 다른 과일 많이 주셔서 괜찮다는데, 그냥 할 말이 없다.
AB형을 비난할 때 내가 즐겨 쓰는 '피 한 방울이라도 튀긴 사람에게는 끝없이 이기적이고,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에게는 무한 친절'이라는 아들에 대한 비난이 이 경우에는 유효하지 않고 부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내 어법을 아는 사람들은 아들에 대한 AB형의 내 발언이 엄살이며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라고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는데, 주선씨에게 일격을 당하고 나니 황당하다.
여러 생각이 어수선할 때는 산에 가는 것이 제일 좋은데, 북한산 14문 종주를 하릴없이 검색하고 검색한다.
머핀님이 뜨거운 우거지국과 세 봉투와 고사리 나물, 온갖 종류의 빵을 베낭 가득 질머지고 우리 집에 나타났다.
지난 서울 동남부 연계산행에서 만났는데도 오랜만인 듯 반갑고 정겹다.
순대와 떡볶이, 김밥 꽁다리에 뚱뚱이 두 개에 640cc와 500cc 병 맥주 두 병을 추가로 마셨으니 4340cc를 마셨다.
틈틈이 머핀님은 내 주방을 자기네 주방인 양 설거지에 뒷정리를 하며, 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자신의 이야기 풀어 낸다.
토닥토닥 나를 다둑거리며 위로하는 듯한 머핀님의 표정이 얼마나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머핀님은 모른다.
모든 것을 나름대로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머핀님의 태도를 가끔은 내가 깔깔대며 웃지만 얼마나 머핀님의 긍정의 힘이 부러운지 머핀님은 잘 모른다.
비가 완전히 끝난 듯, 카눈이 우리 곁을 떠난 듯하다.
올림픽대교를 거쳐 한강으로 나와 잠실철교로 건너 도강, 동작대교까지 17km를 3시간 30분에 걸었다.(7월 19일 목요일)
바람은 살랑거리고, 한강은 조금은 거칠게 도도히 흐르고, 꿈인 듯 청담대교에 지하철이 불 환히 밝히며 지나간다.
어느 한순간 한강 교량에 네온이 들어와 은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강바람을 즐기고, 머핀님과 나는 씩씩하게 발 맞추어 걷고 또 걸었다.
밤에는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 잘 못 걷고 안 걷는 나는 네온에 무조건 감동하는, 그래서 네온에 취약한 촌닭이다.
그럼에도 반포대교의 네온은 아름답다, 디카 안 가져온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아이폰으로 몇 장 찍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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