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 우리 아빠

꿈꾸는 식물 2009. 1. 15. 00:02

  오늘은  우리 아빠의 생신이다.  올해는 아빠의 칠십대 마지막 해이다.  지난 금요일에 전주에서 함께 점심을 했기에 전화로 인사만 여쭈다.  만날 때마다 조금씩 늙어가는 아빠를 느끼는 것은 참 쓸쓸하다.  

 

  테니스를 하시다가 아킬레스 건이 끊어져 골프로 돌리셨는데, 그  끊어진 아킬레스 건 때문에 골프도 곧 졸업을 하셔야 할 듯하다. 그 부분이 많이 붓는다는 아빠 말씀에 정밀 사진을 찍어보라는 언니의 충고.  사진 찍으면 골프를 그만 두라고 할 것 같아 병원에 안 가신다는 우리 아빠.  아직 마음은 젊은데 몸이 자꾸만 마음을 배반하고 앞질러 늙어가는 듯해 마음이 먹먹하다. 

 

  따뜻한 정종 한 잔에 마음까지 흐물흐물해시지며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아빠의 얼굴에는 옛날 한 번 크게 뜨면 그냥 눈물 나오게 했던 그 큰 눈도 애잔하다.  '덩덩하니 굿인 줄 안다'며  부화뇌동을 제일 악덕으로 경계하며 살아 오신 우리 아빠.  지금 생각하니 '덩덩하면' 정말 당골네 굿판인데, 아빠께 '덩덩'하는 걱정을 들을 때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왔는지 모른다.

 

  여당과 야당의 개념을 헷갈려 하는 나에게 정부와 더불어 가는 당이 여당이라 알려주신, 야구경기 보는 방법을 알려 주셔 고교야구대회의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의 펜으로 나를 만들어 주신, 제클린의 재혼 기사를 보시며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셔 마치 내가 케네디대통령 암살 기사를 직접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신 우리 아빠.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 딸들에게 휴대용 전축에 LP판을 걸고 발음 기호를 알려 주시고 단어 시험을 보셨던, 그리고 그 딸들과 함께 박사 학위 영어 시험을 위해 1200제를 기꺼이 그룹스터디 하셨던 우리 아빠.    

 

  아직 나는 아빠에게 더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아직 아빠가 나에게 주신 사랑을 더 갚고 갚아야 하는데......  아빠는 칠십의 마지막 해에 들어 가신다.  늘 아빠 생신 무렵은 혹한이 몰아친다.  올해도 예외 없이 전국이 꽁꽁 얼었다.  이 추운 날에 태어나 한평생 성실과 인내로 자신의 삶을 견뎌 오신 나의 아버지.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6년 금혼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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