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송파 소리길(2)

꿈꾸는 식물 2012. 5. 18. 03:05

  잠실 철교를 지나 한강 시민공원에는 내 영혼의 푸른 꽃 수레국화, 아직 푸른빛이 되지 못한 연분홍빛 수레국화, 검은빛 꽃술을 다 드러낸 붉은 잉글랜드 뽀삐가 흐드러지고, 이제 제 철을 향하여 개망초가 하얀 모습을 선보인다.

한강과 성내천 합수 지점 둑방길 아래에는 보랏빛 붓꽃과 노란 창포, 하얀 마가렛, 내가 이 무렵 제일 좋아하는 환상적인 야로우, 올해 처음 만난 누워 있는 나팔꽃인 메꽃과 슬픈 향기를 지닌 하얀 찔레꽃이 있었다.

올림픽공원에는 보랏빛 자운영이 하얀 토끼풀과 어울려 군락을 이루고, 멀리 가까이 찔레꽃이 향기롭고, 보랏빛 붓꽃과 노오란 창포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철부지 능수 벚꽃의 낙화가  제 철인 흐드러진 아카시 사이에서 가엾다.

성내천 근린 공원에서 우박을 맞으며 피어 있는 노란 창포를 만났다.

이제 성내천을 버리고 거여 사거리까지 잠깐한 블록 도로를 걷고 드디어 거여 체육 공원이다.

구리 - 판교 도시 고속화도로 방음벽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가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그래서 송파의 보석같은 길이 숨어 있을 줄이야.

방음벽 옆으로 계속 이어지는 공원에는 붉게 벚찌가 익어 가고, 하얀 산딸나무 꽃이 우아하고, 가을을 향하여 단풍나무가 그 푸름을 자랑한다.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와 은행나무, 푸른 소나무가 어울려 신록을 뽐내고, 히말라야시다 잎에는 빗방울이 이슬처럼 영롱하다.

마침내 도달한 장지천에는 노오란 창포가 창포 종결자로서 모습을 연출하고, 보라빛 붓꽃이 붓모양으로 군락을 이루고, 붉은 산딸기와 빗방울을 머금은 장미가 정겹고 반갑다.  

장지천이 창포라면 탄천은 하얀 찔레꽃 세상이다.

멀리 가까이 보이는 하얀 찔레꽃이 비가 그친 후의 농염한 내음을 뿜어 내고 있다. 

얼마 전 성남시계 거쳐 용인시계까지 걸을 때의 풍광과는 전혀 다른 연두빛 세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탄천과 양재천 함수 지점의 창포원에서 하얀 연꽃과 와인색 연꽃을 올해 처음 보았다.

이제 부지런히 처음 핀 연이 있으니 늦게 피어 나는 연도 있겠지.

그래서 아름다운 연꽃의 향연이 6월로 피어 나리라. 

막걸리를 드시는 산책객 앞으로 어린 오리 세 마리가 꽥꽥거리며 들이댄다.

안주를 나눠 주시며 이제 없으니 가라는데도 계속 들이대는 오리를 보니, 이제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도 그 오리들처럼 들이대서 (?)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실까나 객적은 생각을 한다.

양재천과 탄천 합수 지점에서 잠깐 탄천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길게 이어지는 주차장의 살벌함에 생각을 바꿔 양재천으로 방향을 잡는다.

양재천은 온통 푸르름 그 자체로, 신록이 꽃보다 아름답는 것을 보여 주며 그렇게 조용히 놓여 있었다.

양재 시민의 숲 근처 습지의 창포는 아직 절정을 기다리고 있고, 과천으로 가는 길의 쭉쭉 곧게 자란 나무들과 손을 흔들고 나는 양재역으로 접어 든다.

  토요일 여행을 떠나 다시 돌아오면 이제 이 아름다운 계절 5월은 다 지나 가리라.

아름다운 계절, 아름다운 우리 땅을 내 눈에 담고 내 마음에 새기며 내 두 발로 이 땅을 걸을 수 있는 이 기쁨과 즐거움에 고맙고 행복하다.  

이 모든 것이 축복인 것을.

이 모든 것이 사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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