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의상 능선

꿈꾸는 식물 2012. 6. 5. 13:56

  주선씨는 운동 가고, 승민이는 학교에 가고, 나는 집에서 빈둥거릴 계획이었는데, 딩굴거리면 늘 아픈 징크스가 있기에 억지로 억지로 집을 나섰다.

청계산에 데려다 주겠다는 주선씨의 친절도, 같이 나가자는 아들의 배려도 떨치고 혼자 집을 나섰다.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7212번 버스에 승차, 이북오도청에서 내린 것은 12시 20분이었다.

비봉 탐방 센터에서 비봉 - 사모 바위 - 승가봉 - 문수봉 - 청수동 암문 - 나한봉 - 나월봉 - 증취봉 - 용혈봉 - 용출봉 - 의상봉 지나 북한산성 탐방 센터로 나왔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3시간 50분 동안 9km를 걸었단다.( 6월 2일 토요일 )

  작년 5월 처음으로 혼자 의상 능선에 올랐을 때의 긴장감이 떠오른다.

주선씨랑, 진경이네 부부랑, 보현이랑 더불어 등반은 자주 했지만 혼자 떠나는 북한산 등반이어 엄청 긴장했고, 문수봉에서 대남문으로 갔다가 북한산성 탑방 센터로 제법 아래로 하산 했다가 다시 거꾸로 돌아 청수동 암문으로 접어드는 헤프닝을 연출했다.

오늘은 제법 여유 있게 문수봉 오르고, 다시 거꾸로 돌아 청수동 암문으로 돌아서 의상능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의상능선으로 접어 들면서 내가 지나온 비봉과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이 나란히 보이기 시작한다.

 북한산의 가장 깊은 그래서 북한산의 속살을 알 수 있는 곳, 북한산이 왜 삼각산인지 세 봉오리(백운대, 만경대, 인수봉)가 온 몸으로 증명하는 곳, 사계절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곳,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북한산 등반코스인 의상능선을 혼자 걷는다.

얼음 채운 더치커피 한 병 들고 여름으로 향하는 산의 내음에 취해 나는 걷고 또 걷는다.

문수봉에서 잠깐 서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카톡에 사진 한 장 올리며 커피 한 잔 마시고, 거의 앉아 쉬지 않고  산행을 했다.

30도를 넘나드는 날씨로 얼굴에서 소금기를 느낄 정도의 땀을 흘리고 또 흘렸다.

  인생, 뭐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요?

아니지요, 인생, 참 대단하지요.

지도가 있고, 표지가 있고, 리본이 있고, 화살표가 있는 길을 걸으며 어리광 부리지 말자고요.

길 안내를 위한 그 아무 것도 없는, '들목 : 출생, 날목 : 사망'밖에 알지 못하는, 그래도 쉬임없이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하는 인생.

동물적인 진지함으로살아 간다고, 그 진지함의 무게로 인하여 스스로 함몰해 버린다고 나를 비웃어도 나는 살고 또 살아 간다.

나는 김현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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