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를 따라 발칸 반도를 북으로 이동한다.
'푸른 빛'이라는 발칸의 이름답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푸름 그 자체이다.
오월의 햇발 아래 찬란하게 부서지는 아드리아해를 그대 본 적이 있는가?
코발트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투명한 물빛이 때로는 푸르게 때로는 옥색으로 때로는 연두빛으로 변하면서 바다 위에 물길을 만들어낸다.
붉은 지붕과 푸른 숲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추억처럼 다가 왔다가 그렇게 추억처럼 사라진다.
천상과 지상을 이어주는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서 있다.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에서 만나는 조경으로 전지된 사이프러스가 아니라 야생의 사이프러스가 원래 모습 그대로 야생의 상태로 숲을 만들고 있다.
사이프러스가 있는 곳에는 그 마을 주민들의 무덤이 있고, 작은 성당이나 세르비아 정교회(오소독스) 교회가 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내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오'라고 이야기 했지만, 발칸 반도의 대부분 묘지에는 밝은 아드리아해의 햇발이 넉넉히 쏟아진다.
우리처럼 봉분을 만들지는 않지만 우리와 똑같은 매장 문화를 가진 그들의 묘지에는 고인들의 생전 사진들과 천연하게 아름다운 조화와 생화들이 그 곳을 지키고 있다.
길가에서도 크고 작은 묘비를 만난다.
불의의 사고로 그 길에서 세상을 뜬 이들을 기리기 위한 묘비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아직도 삶을 마감한 그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많은 꽃들이 아름답게 그러나 쓸쓸하게 증명한다.
발칸 반도의 크고 작은 모든 도시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가톨릭 성당, 세르비아 정교회 오소독스, 무슬림 사원.
까마득히 솟은 바위산 높은 곳에 보이는 십자가.
아드리아해의 해안선을 따라 눈을 돌리면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성모 마리아상.
애도(哀悼)의 문화와 기원(祈願)의 문화가 발칸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큰 기둥이 아닐까?
붉은 지붕, 800km에 이른다는 구절양장의 해안선, 푸른 숲을 하얀 바위로 마감한 해안선이 코발트빛 바다를 만난다.
아드리아해 물빛이 이렇게 영원히 눈에 각인될 정도의 코발트빛을 띤 에메랄드인 이유는 아드리아해가 속이 모두 보일 만큼 투명하고 깨끗해, 그 코발트 블루가 빛나기 때문일게다.
내 모습이 코발트 블루이길 꿈꾼다면 내 영혼이 투명하고 깨끗하도록 꿈꾸고 소망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할게다.
내 모습이 부드러움과 온유함으로 빛나길 꿈꾼다면 내 마음이 겸손함과 밝음으로 충만하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나 이제 내 영혼의 코발트빛 블루를 위해 살리라.
오늘 만난 이 아드리아해를 마음에 간직하며 살리라.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 거듭 나기를 꿈꾼다.
디즈니의 '101마리 개'로 유명한 달마티아 지방의 스플릿은 로마를 네 개로 나누어 통치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도시이다.
천민 출신으로 황제가 되었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영묘는 그가 그토록 박해했던 성 도미니우스 성당으로 바뀌었고, 그의 중정에는 주피터 신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이라는데 재정이 제대로 확보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로마 궁전에 덧대어 재건축을 하여 살고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4세기 궁전에 빨래까지 널어 가며 거주하는 사람들, 관람료를 따로 받는 성 도미니우스 성당, 사진 촬영료를 챙기는 로마 근위병.
약간은 씁쓸하지만 아드리아해와 스플릿의 아름다움을 손상 시키지는 못 한다.
성경을 크로아티아로 최초로 번역한, 발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그레고리우스닌 동상과 구 시가지를 둘러 본다.
여행은 행복을 찾아 가는 정신적 순례라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