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호랑이 모양 아니면 토끼 모양의 반도(어느 쪽으로 표현해도 식민지사관론자 아니면 국수주의자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이고, 이탈리아 반도는 장화 모양의 반도이며, 발칸 반도는 초생달 모양의 반도이다.
반도(半島)라는 명칭에 대하여 정치적 용어인지 아니면 지리적 용어인지에 대한 논의가 일행들 사이에 한참이나 있었다.
대륙사관과 반도사관의 2분법에 입각한, 식민지 일본의 잔재라는, '섬이 되려다 못 된 반쪽 섬'이라는 주장.
만 .곶과 같이 지리학의 용어라는, 이베리아 반도. 캄차카 반도. 시리아반도 같이 단순한 학술 용어라는 주장.
모두들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지라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요'는 한 자락씩 깔고 살살 우겼지만 대세는 전자였다.
반도[peninsula, 半島]지리학 | 브리태니커
바다에 돌출한 육지의 부분.
식민지사관에 대한 지나친 경계가 가져온 웃지 못할 씁쓸한 일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 , 플로리다 반도, 남극 탐사기지가 있는 남극 반도까지 있는데도 우리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의 식민지사관에 우리 자신이 점염 되었으리라 의심하고 의심하며 자신을 경계했다.
역반응의 공습에 힌방 당했다.
자그레브 대성당이라 불리는 세인트 스테판 성당
시장
성 마르코 성당
반젤라치크 광장
쌍둥이탑과 성모상과 수호 성인의 화려한 조각이 아름다운 대성당에는 일요일 미사가 올려지고 있었다.
경건하게 미사를 올리며 평생을 그곳에서 삶을 누리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는 잠깐 그곳을 스치고 지나 간다.
그들의 전 생애가 나에게는 극히 짧은 한나절로 요약된다.
온갖 종류의 꽃과 집에서 만들어 온 수제 치즈, 체리와 딸기가 대부분인 과일을 파는 오전 시장은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시장 앞에서 만난 기형도의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크로아티아의 엄마 조각상은 내 마음을 안온하게 다독거려 준다.
12시에 대포를 쏴서 성당에 타종 시간을 알려 주었다는 망루 모양의 시계탑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아나로그 방식으로 여전히 지금도 대포를 발사하고 전망대로 이용하여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단다.
그 망루 전망대 아래에서 바라본 자그레브는 푸른 하늘과 붉은 지붕, 향그러운 내음과 부드러운 공기를 지닌 청아한 도시였다.
교류 전류를 발명한 에디슨의 영원한 라이벌 니콜라 테슬라를 위한 기념관,
크로아티아의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색과 갈색, 흰 색의 모자이크 타일의 지붕을 지닌 성 마르코 성당,
독립군인 반젤라치크를 기리기 위한 동상과 광장에는 트램길을 따라 푸른 트램이 한가롭게 흐르고 있다.
바쁜 사람들은 단체 관광에 나선 우리들 뿐인 듯, 자그레브 도시 전체가 슬로우 시티를 지향하는 듯, 천천히 여유롭게 흐른다.
향기로운 바람도 머물다 가는 곳, 바삐 흐르던 시간도 잠깐 정지하는 곳이 자그레브가 아닐까 생각하며 우리는 자그레브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