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가 많았다는 도시,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도시 드브로브니크를 만나다.
아스라히 보이는 아스빨라토는 노오랗게 흔들린다.
발칸 반도에서 5월에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다는 노오란 아스빨라토가 그렇게 흔들리고 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아스빨라토는 삶이 아름다울 게라 이야기한다.
삶은 고통스러워도 삶은 아름다운 것.
삶은 신산해도 그래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것.
길은 길로 이어지고, 산은 산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상념은 끝이 없다.
떠날수록 멀어질수록 더욱 그리운 사람들.
천혜의 요새 드브로브니크의 성벽을 따라 걸으며 멀리 아드리아해에 눈길 한번 주고, 성벽 아래 카페에 웃음 한번 주고, 성벽과 해안선 사이 절벽에 피어 있는 아스빨라토 한번 바라보고, 드브로브니크에서 보내는 꿈같은 하루가 그렇게 간다.
중세 도시에서 밤을 기다린다.
초생달은 희미한 옛 추억처럼 떠오르고 가스등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가스등이 하나 둘씩 켜지고, 올랭도 동상 근처 시청사 옆 시계탑의 노란 해가 하얀 달로 바뀐다.
하나 둘씩 켜진 가스등은 천 년을 지켜본 대리석 길에 그 불빛을 비치며 드브로브니크의 야경이 완성 된다.
플라차 대로에 빛나는 가스등을 따라 젤라또 하나 물고 맨발로 그 대리석 포도를 걸어 본다.
세계인을 자부했던 로마인처럼, 때로는 성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수도사처럼, 해상 무역대국을 꿈꾸었던 베니스의 상인처럼 플라차 대로를 걷는다.
아름다운 중세 유럽의 도시에서 잃어버린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