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반도 여행

플리트비체

꿈꾸는 식물 2012. 5. 30. 23:37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자연 유산인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공원에 다녀 오다.

16개의 크고 작은 관람구로 이루어진 석회질 구역으로 카르스트 지형인 플리트비체에서 나는 잃어버린 낙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기 위하여 우리는 상단과 하단으로 이어지는 중간 부분 호수 투어를 한단다.

그 곳에서 하루 숙박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부러웠지만,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여 호수를 건너는 배에 오른다.

  연두빛, 초록빛, 녹색의 진한 빛, 신록의 연한 빛, 옥색, 비취빛, 에메랄드빛, 코발트빛, 코발트와 블루.

어떤 색깔의 빛을 떠올려도 플리트비체의 물빛을 형언하기 어려우리라.

투명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내가 호수로 빠져 드는 것만 같다.

투명한 호수에는 빙어처럼 투명한 물고기들이 떼지어 몰려 다니고, 그 물고기를 노리는 물뱀들이 슬금슬금 기어 다니고, 온갖 종류의 나무들의 뿌리가 수경 재배를 하는 것처럼 호수의 중심을 향하여 길게 뿌리를 내어 보이며 수초처럼 호수를 지키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놓인 최소한의 목재 데크에는 주선씨 말대로 뷰유(view)에 치명적인 목재 데크 안정망도 없다.

이 곳 플리트비체에는 인간보다 자연이 우선이었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큰 폭포, 푸른 숲과 옥색의 물이 한 팀을 이루어 여러 개씩 종횡으로 놓여진 사랑스런 작은 폭포, 층층이 계단식으로 펼쳐진 호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물의 낙하. 

서양인은 분수를 사랑하고 동양인은 폭포를 사랑하다는 말은 이 경우에는 전혀 유효하지 않다.

연두빛, 연초록빛, 초록빛, 녹색, 되바라진 녹색의 숲 사이를 자유롭게 흘러 내리는 폭포, 그 폭포를 받아 또 다른 폭포를 만들며 호수로 떨어지는 폭포에 반짝반짝 빛나는 햇발, 햇발을 받아 더욱 투명하고 청아한 물소리.

물소리에서 잠깐 멀어지는 곳이면 들려오는 가느다란 실핏줄까지 보이는 듯한 투명하고 찬란한 새소리.

그 황홀경을 차마 감당하기 어려워 올려다본 하늘는 끝없이 높고 푸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요정의 숲, 지상에 남아 있는 최후의 낙원, 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곳, 잊고 그래서 잃었던 신의 얼굴을 새삼 그리워 하게 하는 곳, 플리트비체.

이 숲에서 요정을 만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리.

이 호수에서 만날 수 없기에 잊으며 살았던 그리운 얼굴을 만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리.   

이 플리트비체에서 어떻게 신을 생각하지 않으리. 

신은 이렇게 곳곳에 존재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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