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아라뱃길

꿈꾸는 식물 2012. 6. 7. 00:04

  드디어 아라뱃길 걷기에 나서다.

5호선 방화역 1번 출구에서 만나 한강 시민공원으로 이동, 한강 갑문까지 한강 따라 이동, 아라뱃길이라 불리는 서해 갑문까지 걷고, 다시 4km 회귀하여 검암역에서 공항철도 이용하여 서울로 돌아올 계획으로 나서다.

결국 서해 갑문까지 걷고 검암역까지는 지나가는 타이탄 트럭을 머핀님의 재치로 히치하이킹을 했다.

인천 시내에서 트럭 짐칸에 사람을 태우다가 경찰 단속에 걸리면 벌칙금이 부과될 텐데, 기꺼이 우리를 위해 짐칸을 내어 준 타이탄 트럭의 젊은 운전자에게 3대가 영광을 누리길 빌어본다.  

마이코치가 약간 넋이 나가 오버하는 바람에 6시간 40분 동안 추정치로 31km를 걸었다.( 6월 3일 일요일 )

큰언니, 심재숙님, 장정애님, 머핀님, 그리고 나까지 다섯 명이 시속 5km로 쉬임 없이 걸어 생각보다 일찍 아라뱃길을 마무리 했다.

오전 8시 20분에 시작하여 오후 3시 정도에 걷기를 끝마쳤으니 땡볕 속에서도 거의 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소문 무성했던 아라뱃길은 한강 시민공원 자전거길을 그대로 연결해 놓은 듯, 물론 한강 시민공원보다 부대 시설이나 도로 포장면에서는 새로운 시설이기에 훨씬 뛰어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수레국화나 잉글랜드 뽀삐 마가렛 같은 야생화를 많이 심어 나름대로 조경에 마음을 썼고, 사이사이에 만나는 다리 밑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시원한 바람 한 줌씩 선물하고, 엘리베이터 시설을 세 개씩 갖추어 접근성을 확보 했고, 폭포까지 있었다.

우리가 걷는 동안 순찰선이 한 번 왕복했고, 유람선이 딱 한 번 왕복했으니, 뱃길로서의 기능에 대해서는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신이 난 라이더들만 오고가는, 우리 같은 걷기꾼들도 별로 없는, 이름하여 '아라뱃길'인데 배는 거의 다니지 않는 뱃길을 보는 마음이 시원한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무겁기만 하다.

  토요일 북한산 의상 능선에서 너무 더워 반 팔을 입고 간 바람에 두 팔이 완전 빨갛게 익어 버려 주선씨에게 모내기하고 왔느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발칸에서 돌아와 집안일 해치우고 바로 수업해 내고, 청계산 북한산 아라뱃길 걸어대는 바람에, 월요일 아침 주선씨가 출근할 때 일어나지도 못한 대형 사고를 쳤다.

물론 아들 녀석이 논문 쓴다며 새벽 4시에 들어와 한 시간 간격으로 끊어서 토막잠을 잔 것도 대형 사고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내 삶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다.

주선씨와 승민이, 우리 엄마, 가사 노동, 수업, 걷기, 독서, 영화, 음악 듣기, 우리 땅, 등산.

설악산 산행을 떠나는 산산님과 머핀님이 부럽지만, 단지 부러움으로 내 마음을 그렇게 접는다.

나는 김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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