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서초 알프스

꿈꾸는 식물 2012. 6. 5. 12:57

  발칸반도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수업 시작하여 '시차 적응'이라는 화려한 단어도 내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일요일 12시 40분 인천 공항에 도착 월요일 2시부터 수업을 시작 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세탁기를 몇 번이나 돌리고, 다리미질을 몇 시간이나 했으며, 내 유일한 도우미 로봇 청소기와 몇 시간 동안 먼지 속을 헤매였는지......

물론 수업에 막간을 이용해 보충까지 했고, 은행이며 마트를 다녀 와야만 했다.

드디어 목요일 자꾸만 쳐지는 몸을 달래 가며 머핀님과 서초 알프스 종주에 나섰다.

머핀님의 은행 업무로 10시 30분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약속, 그냥 집에서 쉬었다가 나가면 될 것을 열심으로 청소하고 나가면서 진을 뺐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출구가 바뀐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아 7번 출구에서 만나 다시 10번 출구로 이동, 8441번 버스를 타고 하나로 마트에서 내려 코트라 지나 구룡산으로 접어 들었다.

서초 알프스란 구룡산 - 대모산 - 인릉산 - 청계산 - 우면산 이렇게 다섯 개의 산을 연결하여 종주함을 의미한다.

두 번 산행에 나섰지만 끝내 종주하지 못한 미완의 길이다.

결국 머핀님과 함께 한 이번 산행에서도 종주하지 못 했다.

일단 만나는 시간 자체가 종주 시간 확보에 절대 시간 부족, 이야기에 팔려 수서역 쪽으로 잘못 내려 갔다가 인릉산을 향해 다시 올라 와야만 하는 불상사로 한 시간 정도 약 2km 낭비, 군사 시설이라며 늘 다니던 길을(서울 시계 걷기 때도 열어 놓았던 길이었다.) 폐쇄하는 바람에 다른 길로 접어 들어야만 하는 비상 사태 발생, 신구대학교 식물원과 군사 지역 사이에 끼여 결정적 판단 실수로 청계산 옛골이 아닌 신구대학교 식물원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결정적 당면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했는데 오른족 두 번을 허탕치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오른쪽 길이 오르막이어서 그 오르막이 싫어 왼쪽 내리막을 선택한 어쩌면 예견된 실수였다.

결국 6시간 40분 동안 17km를 걷고 신구대학교식물원에서 미완으로 서초 알프스를 접었다.(5월 31일 목요일

  덕분에 신구대학교 식물원을 무료로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다.

평소에는 5000원, 공사 중이어서 요즘은 3000원이라는데, 경고 안내판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 어쩔 수 없이 내려온 우리 사정이 딱했는지 이번에만 무료라며 입구에서 그냥 통과시켜 주셨다.

머핀님과 거금 6000원을 아낀 기쁨은 그대로 치맥이 되어 우리 피와 살이 되었다는......

길에서 길을 잃고 또 다른 길을 만나고, 길에서 길을 묻고, 길에서 길을 찾고, 길에서 또 다른 길을 생각하고.

오랜만에 만난 머핀님이 친 동기인 양 반갑고, 오랜만에 걸은 우리 땅이 눈물겹게 정답고, 함께 나눈 이야기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아름다운 계절, 좋은 날, 이렇게 5월의 마지막 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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