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이어 파주 누리길 넷째길 마무리와 연천 누리길 첫째길을 걷는다.
파주 누리길(4) : 장파 사거리 - 황포돛배 (7.6km)
연천 누리길(1) : 황포돛배 - 장남면사무소 - 노곡리 비룡대교 입구 - 학곡리 고인돌 - 숭의전지 (21.7km)
장파사거리에서 시작 황포돛배 지나 장남면사무소, 사미천교, 전동교까지 잘 진행했는데 시간 때문에 전동교에서 비룡교를 버리고, 백학면으로 들어가 백학 저수지를 거쳐 영원부원군묘를 지나 숭의전지에 이르렀다.
길에서 만난 경찰관의 충고에 의해 누리길을 버렸는데, 집에 돌아와 검토해 보니 그리 험한 길도 아니고 그리 돌아가는 길도 아니었는데, 그냥 사미천 건너 임진강을 물줄기를 보며 걸었을 걸 아쉬움이 남는다.
늘 걷고 나면 실수를 헤서 놓쳐 아쉬움이 남아 다시 꼬옥 걷고 싶은 길로 남는다.
결국 7시간 20분 동안 29km를 걸었다.(5월 12일 토요일)
이제는 익숙해진 디엠시역에서 장정애님과 머핀님을 만나 8시 23분 차로 문산으로 출발, 문산역에서 92번 버스로 환승 장파사거리에서 내려 10시부터 황포돛배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이사이 리본을 놓치고, 잠깐 수다에 넋이 나가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고, 각자 나름대로 방향을 해석하고, 그러나 모두 걷기에는 이력이 난 도반들이어서 앞 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다정하게 걷는다.
정남교를 건너 나무 그늘에서 점심 한 보따리에 수다 한 보따리, 그리고 맥주까지 이어지니 이것 역시 길 걷는 기쁨이다.
사미천교를 건너기 전 잔디밭에서 비행기를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사람들, 가던 길을 돌아서서 늘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관들, 들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마을길에 들어서면 낯선 발자국 소리에 열렬하게 반응하는 동네 견공들, 부지깽이까지도 바쁘다는 5월의 임진강변의 논을 지키는 농군들.
그리고 지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평화를 지켜내기 위하여 젊음을 저당 잡힌 우리의 장정들.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이 시절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으로 송화가루를 만들어 내는 푸른 솔, 누가 맡아 주지 않아도 하이얀 꽃을 피어내는 아카시, 주인마저 떠난 빈 집을 지키고 있는 등꽃.
이 모든 풍광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멍멍하고 먹먹하다.
우리 훈이가 군대 생활을 했던 전곡이 어디쯤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보랏빛 엉겅퀴를 훈이도 그 봄에 보았겠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무리 지어 둥지를 틀고 있는 하이얀 학들을 우리 훈이도 보았겠지.
지금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하여 버스를 기다리는 적성 터미널에서 우리 훈이도 엄마가 계시는 집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를 기다렸겠지.
훈이를 면회하기 위하여 어린 승민이랑 아직은 젊었을 내가 서 있었던 그 곳은 어디일까?
88년일까, 89년일까, 부질 없이 손가락만 헤아려 본다.
답답해 하던 훈이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바람이 불면 네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햇살이 어느 한순간 반짝 빛나면 네가 나를 부른는 것이라 생각하던 2003년 그날로부터 너와 나는 얼마나 멀어졌는가.
'시간은 힘이 세다'는 말은 모든 경우에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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