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누리길 3구간과 4구간 이어 걷기에 나선다.
셋째길 : 반구정 - 마정초교 - 장산 전망대 - 율곡2리 (10.8km)
넷째길 : 율곡2리 - 퍄평면사무소 - 장파사거리 - 황포 돛배(16.5km)
결국 반구정에서 시작해서 장파 사거리까지 7시간 동안 25km를 걸었다.(5월 11일 금요일)
디엠시역에서 8시 23분에 출발하는 문산행 열차를 타고 문산역에서 9시 45분 마을버스 53번 환승, 반구정에서 10시부터 걷기 시작, 장파사거리에서 5시에 마감 92번 버스로 문산역으로 귀환하여 서울로 돌아 왔다.
사이사이 길을 놓치고, 특히 마정리에서 장산전망대를 못 보고 지나치고, 넋을 잃고 임진각을 향하여 나아가다 다시 율곡2리로 접어 들었다.
율곡2리에서 파평면사무소로 가는 사이 리본을 따라 가다 산길에서 갑자기 리본을 잃고 허둥거리다가 자동차길로 걸어서 임진강 적벽 산책로를 보지 못하고 장파 사거리에 이르러 다시 누리길을 만났다.
황포 돛배까지 무리해서 가기보다는 내일 다시 장파사거리에서 걷자는데 장정애님과 의견 일치를 봐서 집으로 돌아 왔다.
'누리길'을 알리는 푸른 빛과 주황빛 리본, 현위치와 지나 온 곳과 나갈 곳과의 거리를 알리는 나무 표지판, '트레킹 코스'라는 발자국 스티커.
눈에 띄는 곳곳마다 도처에 표지가 있는 데도 길을 잃고 허둥대며 다시 되돌아 오고, 때로는 길을 수정하고, 때로는 끝내 표지를 못 찾아 헤매고, 같은 표지를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날에 삶의 방향을 알려 주는 리본과 표지판과 스티커가 언제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때로는 무모하게 잘 살아내지 않았던가.
새삼 표지를 찾기 위하여 썬그라스까지 벗으며 열중하다가 그런 내 모습에 절로 쓴웃음이 난다.
이쪽 길에는 내공이 있으신 장정애님과는 달리 나는 방향에 대한 정보나 동물적인 감각도 없기 때문에 표지에 연연하는데 장정애님은 내공을 지닌 대인배답게 늘 넉넉하다.
덜렁거리지 말고, 꼼꼼하게 길을 따라 걸으려는데도 늘 길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나는 늘 허둥대고 낯설어 하며 허방을 밟는다.
인위적인 것과는 제일 동떨어진 길, 평화와는 제일 거리가 먼,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늘 평화를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길.
젊음을 저당 잡힌 우리네 장정들이 머무르는 군대 막사에도, 북으로 향하는 탱크와 장갑차의 금속성의 비정함 위에도 봄 햇살은 늘 그렇듯 넉넉하다.
조선의 수많은 영의정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황희정승이 갈매기를 벗삼아 만년을 보냈다는 반구정 앞 임진강 물결 위에도, 율곡 선생의 본향답게 율곡리가 있는 화석정 앞의 임진강 흐름 위에도, 집 주인은 떠나 버리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수국과 등꽃 위에도 봄 햇발은 늘 그렇듯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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