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쪽으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아들 등청 시간이 늦다.
지난 주 지리산으로, 다음 주말부터는 발칸반도로 떠나는 엄마로서 큰 무리가 없으면 아들 등청을 보고 나가려는 마음으로 북한강은 다음으로 미룬다.
결국 현희를 롯데 면세점에서 1시 정도에 만나기로 하고, 아들 보내고, 집안 정리하고 10시에 집을 나선다.
잠실철교 지나 올림픽공원 찍고, 석촌호수 경유하여 잠실 롯데에 들릴 계획이었는데, 올림픽공원의 봄날에 취해 올림픽공원 살짝 돌고 석촌호수는 다음으로 미룬다.
1시간 40분 동안 9km를 걸었다.(5월 10일 목요일)
두 주만에 다시 걸은 길은 두 주 전의 봄길이 아니었다.
집 앞 한강 시민공원에는 하얀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하이얀 아카시꽃 향기가 흩날리고, 연분홍빛 유도화가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잠실철교 건너편 한강 시민공원에는 노오란 유채꽃이 제 철을 만난 듯 온 누리를 뒤덮고, 보랏빛과 분홍빛 그리고 하얀 수레국화가 바람에 흔들린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향기 아카시는 이곳에서도 여전하다.
올림픽공원은 모든 풍광이 다 새롭다.
마로니에꽃을 떠올리게 하는 칠엽수 하얀 꽃송이를 처음 만난 것이 오늘의 가장 큰 기쁨이다.
마로니에꽃보다 우이한 맛은 적지만 송이송이 하얀 꽃송이를 수고롭게 달고 있는 칠엽수를 직접 본 이 기쁨은 오래오래 기억 되리라.
그 은성했던 벚꽃의 꽃잎은 속절없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 꽃자리 자리마다 연두빛 버찌가 여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연두빛 버지가 붉은빛을 띠고, 드디어 강한 와인빛 버찌로 익어 가리라.
아기손같은 단풍잎은 이파리 이파리마다 아직은 연두빛 프로펠러를 달며 붉은 프로펠러로 날아갈 꿈을 꾼다.
프로펠러 연두빛이 붉은 빛으로 바뀌면 멀리 멀리 날아 가리라.
우아한 보랏빛 오동나무, 연갈색 송화가루 잔뜩 품은 소나무, 오늘 올림픽공원의 절대 주인인 칠엽수 송이송이, 봄빛의 세례 속에서 하햫게 빛나는 조팝나무와 아카시, 그리고 여전한 연두빛 유혹.
자연은 이렇게 우리가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온다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이렇게 우리 앞에 다가와 봄날의 향연을 펼쳐 놓는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조팝나무, 복수초, 애기똥풀, 제비꽃, 민들레.
그 뒤를 이어 피어나는 온갖 꽃, 그리고 꽃.
조급해 하지도 않고, 앞에 피는 꽃들을 시샘하지도 않고, 뒤에 피는 꽃들에게 교만하지도 않는, 내가 먼저 피어나야 한다고 우기지도 않고 내 차례가 무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렇게 피어나는 봄꽃을 보는 일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일.
사무치게 그립고 그리워 내 마음을 아득하게 하는 일.
부지깽이를 땅에 묻어나도 새롭게 싹으로 자라날 것 같은 이 아름다운 계절, 오월.
이렇게 오월의 축복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