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아차산 - 망우산

꿈꾸는 식물 2012. 4. 27. 01:20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벚꽃 잔치는 너무 아쉽게 끝나 버렸다.

지난 주에 억지를 부려서라도 현충원과 남산을 다녀 와야만 했는데, 비와 함께 천지에 벚꽃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뻗쳐 오르는 내 보람 서운게 무너지고 말았다.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꽃들이 각개 전투하듯 피지 못하고 한꺼번에 피어 나더니, 돌연 내리는 비에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망우산의 산벚꽃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까 기대를 안고 망우산으로 향한다.

집에서 출발 아차산 망우산 거쳐 교문 사거리에서 구리역 지나 왕숙천으로 진입, 한강 합수 지점에서 구리 한강 시민공원 지나 잠실철교까지 걸었다.

쉬는 시간 포함하여 6시간 동안 27km를 걸었다.(4월 26일 목요일)

  아차산 진달래는 다음 주가 절정일 듯, 망우산 산벚꽃은 나를 기다려준 몇 그루가 눈물겨울 뿐, 망우산 아래 배꽃은 뜻밖의 행운이고 기쁨이었다.

보랏빛 제비꽃은 흐드러지는데, 흰빛 제비꽃은 볼 수 없어 아쉽고, 라일락 향기는너무나 황홀해 내 코가 호사를 한 듯, 화려한 명자꽃은 그 절정을 본 듯, 구리 한강 시민공원의 유채꽃은 아직 전야제인 듯 아기 유채꽃을 보여 주고, 강풍에 흔들리는 어린 툴립은 애잔하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연두빛으로 자연은 온통 축제 그 자체였다.

내 사진 찍는 솜씨의 부족이 안타까울 정도로 연두빛이 눈과 마음에 닿는다.

어떤 연두빛은 다 자란 나무인 양 무성하고, 어떤 연두빛은 아기 손바닥보다 더 작은 이파리를 바람 따라 흔들며 반짝이고, 어떤 연두빛은 분홍빛 벚꽃과 어울려 조화롭고, 어떤 연두빛은 하얀 조팝꽃과 어우러져 봄날의 햇빛에 투명하다.

  혼자 걸었던 27km는 유난히 길고 길었다. 

온갖 생각이 많아 머리가 복잡해서 힘들었다고, 산을 세 개씩이나 넘어 진이 빠져 힘들었다고, 바람이 많이 불어 눈이 아파 힘들엇다고, 마트에 들려 장을 보아서 짐을 들고 오느라 힘들었다고 ......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를 대어 보지만, 이제 혼자 걷는 것은 조금 힘들다.

부끄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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