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걸어서 오리역까지

꿈꾸는 식물 2012. 4. 11. 18:38

  광남 중학교 학생들이 수련회에 입소했기 때문에 수요일이 갑자기 텅 비어 버렸다.

대신 매 주 쉬고 있는 목요일은 아침부터 수업이 나란히 줄을 섰다.

목요일이 휴무인 줄 알고 파인트리님의 '가을 소나타' 콜이 있었고, 머핀님의 영화관과 행주산성 콜이 있었다.

혼자서 오랜만에 한강 걷기에 나선다.

잠실철교로 도강, 탄천과 한강 합수 지점 통과, 잠깐 양재천 만나고, 탄천 따라 걸으며 장지천 만나고, 성남과 용인 시계까지 걸어 오리역에서 걷기를 끝냈다.

6시간 동안 34km를 걷고 또 걸었다.( 4월 4일 수요일 )

한강에서 장지천까지 처음 길이 뚫렸을 때 혼자 걸어 장지에서 집으로 왔던 기억이 희미하다.

그 때에 비해서 길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라이더와 워커들이 많아져서 훨씬 길이 밝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장지천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성남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성남은 탄천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 서울 공항이 있어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많은 군용 비행기가 계속 뜨고 내리기를 반복하는데, 그 소음 속에서도 오리 가족은 평화롭고 해오라기는 천연덕스럽다.

비행장이 끝날 무렵부터 분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야탑 - 이매 - 서현 - 수내 - 정자 - 미금 - 오리로 탄천은 이어진다.

천당 다음에 분당이라는 분당 사람들의 자부심에 걸맞게 탄천은 그 풍부하고 깨끗한 모습을 지니며 깊고 풍요롭게 흐르고 있다.

자원 봉사자들이 탄천에 들어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덕분에 탄천은 봄 햇살에 투명한 물결을 내보이며 그렇게 흐르고 있다.

  하루 종일 한강, 탄천, 양재천, 장지천 옆을 걸은 덕분에 온 몸과 마음이 봄비 속을 걸은 것같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듯 느껴진다.

반대편 둑방길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있다.

한때 바람이 많이 불고, 노란 분홍 꽃만 피는 봄이 정말 싫은 적이 있었다.

내가 청춘이었기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싫었겠지.

이제 내 청춘의 봄을 다 보내고 나니, 도란도란 새싹이 돋아나고 우우 꽃이 피어나고 온갖 존재들이 그 자신을 증명하는 봄이 마음에 뜨겁게 다가온다.  

용인 시계 0km를 찍고 오리역으로 뒤돌아 왔다.

오리 다음 기흥까지 분당선이 있는 줄 알았더라도 더 걷기는 힘들었겠지만, 오리에서 기흥까지는 숙제로 또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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