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동네 꽃놀이

꿈꾸는 식물 2012. 4. 20. 17:33

  계절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머핀님과 우리 동네 꽃구경에 나선다.

개니리와 벚꽃을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는 원대한 기대는 역시 꿈이었다.

개나리는 끝물이었고, 벚꽃은 한창이고, 조팝꽃은 기쁨이며, 명자꽃은 보너스였다.

응봉산 개나리는 끝물이었고, 송정동 벚꽃은 낙화도 꽃임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고, 어린이대공원 벚꽃은 한창이었고, 워커힐아파트는 벚꽃과 목련이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었고, 살짝 스친 올림픽공원은 꽃대궐이었고, 석촌호수는 지는 벚꽃과 제 철을 맞은 조팝꽃이 아름다웠다.

아침 9시 뚝섬 유원지역에서 시작, 오후 5시 잠실역에서 끝날 때까지 8시간 동안 32km를 걷고 또 걸었다.(4월 19일 목요일)

  뚝섬 유원지역에서 시작, 서울 숲을 지나, 응봉산에서 개나리를 만나고, 응봉역에서 중랑천으로 다시 진입, 살꽂이다리를 지나 송정동 둑방길 통과, 어린이 대공원 찍고, 아차산 옆구리 스치며 워커힐 아파트 만나고, 광진교로 도강, 강남 한강에서 성내천 합수 지점 거쳐 성내천 둑방길 지나, 올림픽공원에서 봄을 만나고, 석촌호수 한 바퀴를 돌았다.

어린이대공원 노래하는 분수를 바라보며 머핀님이 관동대로에서 공수해 온 나물과 떡찜과 두부치기에 맥주를 마시는 기쁨, 커피 한 잔에 과일을 한 쪽씩 나누며 올림픽공원의 분수를 바라보는 여유로움, 롯데월드에서 왁왁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호수 건너로 바라보는 석촌호수의 평화로움.

모두가 기쁨이고 사랑인 것을.

모두가 환희이며 삶의 희열인 것을.

  한강 물빛은 봄빛에 빛나며 바쁜 여정을 재촉하고, 성내천은 주변의 초록을 안고 한강과 마주하고, 석촌호수는 지는 벚꽃을 담고 연두빛으로 피어 나고 있었다.

강은 강대로, 천은 천답게, 호수는 호수처럼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뚝섬 유원지에서 멀리 보이는 남산이 정답고, 노란빛에 둘러 싸인 응봉산이 반갑고, 연분홍 벚꽃으로 환경 정리를 한 우리의 꽃사슴 가족들이 눈물겹다.

하늘하늘, 살랑살랑, 하롱하롱, 나폴나폴 떨어지는 송정동 둑방길의 연분홍과 새하얀 벚꽃, 연두빛 작은 손을 '하아하아' 흔들며 봄을 맞는 기쁨을 연출하는 은행나무 어린 손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축복이다.

사진 찍는 솜씨가 부족하여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워커힐 아파트의 벚꽂은 어쩌면 부채로 남아 다음 벚꽃 계절에 나를 워커힐로 불러 낼지도 모른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석촌호수 동호와 서호를 벚꽃 향기에 취해 한 바퀴 돈다.

롯데월드에서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꿈결같이 아름답고, 석촌호수의 야외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 전생의 기억처럼 아련하다.    

꽃향기와 꽃그늘에 취해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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