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오면 동면에서 깨어 나시겠다는 그 약속 잊지 않고 장정애님이 함께 걷자고 연락을 주셨다.
지난 해 함께 걸었던 고양 누리길, 봄을 예감하던 2월 걸었던 김포 누리길, 그리고 오늘 파주 누리길이다.
지난 해 마감했던 이채쇼핑몰에서 통일 동산 지나 헤이리 거쳐 반구정 언저리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6시간 40분 동안 24km를 가볍게 걷고 돌아왔다.(4월 13일 금요일)
그 분이 계신 북을 향하여, 동물적인 감각으로 길을 찾아 나서는 장정애님.
방향은 북으로, 헷갈릴 때는 자유로를 향하여, 큰 목표 포인트만 놓치지 말고 걷고 또 걸으면 목표에 도착한다는 장정애님의 길 찾기 이론에는 고수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행주산성을 향하여, 호수공원을 향하여, 심학산을 향하여, 파주 출판단지를 향하여, 오늘은 통일동산을 향하여, 그리고 반구정이다.
화살표 운운하는 나에게 화살표 하나도 없이 인생 오십 년 잘 살아 왔으면서 뭐가 그리 아쉬워 화살표를 기대하고 찾느냐고 장정애님은 함박 웃음이다.
산티아고의 노란 화살표, 제주 올레의 파란 화살표, 평화 누리길의 오렌지빛 화살표.
화살표 하나 없이 안내 표지 하나 없이, 당연히 어떤 계시도 기대하지 않고 오십 년 인생길 씩씩하게 걸어 왔는데, 이 길에서 새삼 뭘 기대하겠는가.
산티아고를 걸을 때 화두였다는 장정애님의 말씀, 벼락 같은 깨달음에 온 몸에 전율이.
이제 길을 걸을 때 리본이나 화살표가 없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작은 길의 흔적이나 기미에도 감사하자.
아무 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면서도 잘 살아내지 않았는가.
훈제 오리, 부추 김치, 묵은 김치 볶음, 김밥, 그리고 뚱뚱이 맥주, 따뜻한 커피와 웨하스와 양갱.
헤이리 지나 이북오도민 추모공원 옆 소나무 아래 솔잎 깔고 앉아 함게 나눴던 점심은 감동의 쓰나미였다.
매식하려니 생각하고 가볍게 과일과 커피 떡만 준비 했는데 섬세하고 꼼꼼하게 장정애님이 준비헤 오셨다.
그 따뜻한 마음이 흘러 흘러서 내 마음에 닿는다.
그 따뜻한 마음에 숨어 있는 외로움의 희미한 그림자가 내 마음에 늘 기본으로 깔려 있는 외로운 마음을 살짝 건드린다.
그리고 그 외로운 마음들이 서로를 알아봄을 느낀다, 장정애님도, 나도!
점심 먹고 반구정 가는 길은 주변 사람들의 친절한(?) 안내로 보기 좋게 알바를 하고, 다시 헤이리로 돌아와 2200번 버스를 탔다.
다음은 성동리 사거리에서 또 다시 반구정에 도전이다.
"수도 없이 우회한 인생 여정처럼 돌아돌아 결국은 목적지로 함께 마저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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