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걸어서 하남까지

꿈꾸는 식물 2012. 2. 8. 00:00

  혼자 동네 주변을 걷기로 결정한 화요일이다.

주선씨가 먼저 출근하고 이어 아들이 집을 나선다.

혼자 길 나서기 싫어하는 못 된 버릇이 생긴 나는 쓸데없이 헛짓을 하며 누군가가 나를 말려 주기를 기다리다가, 아무도 말려 주는 사람이 없어 길을 떠난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3시간 30분 동안 19km를 걸었단다.(2월 7일 화요일)

올림픽대교로 한강을 진입해 천호대교 지나 광진교로 도강, 암사대교 찍고 강동대교 거쳐 미사대교 지나, 팔당대교 6km 남기고 하남으로 방향 돌려,  덕풍천 따라 걷다가 하남시청 앞에서 30-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오랜만에 강남쪽 한강 공원을 따라 팔당대교 방향으로 걸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겨울 하늘은 뼛속같이 시리고, 멀리 가까이 보이는 한강 다리들은 여전히 표정이 없고, 아직도 남아 있는 갈대들은 지난 가을의 흔적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암사 생태 공원에는 수많은 새들이 모여 모여서 인적 없는 겨울날을 즐기기에 바쁘고, 지난 여름 무성한 열매를 달고 있었던 나무들은 그 열매를 먹으로 몰려온 새들을 훈장처럼 달고 고즈넉하게 겨울을 견뎌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사리 쪽 한강은 얼음장이 모두 녹아 푸르른 강물이 겨울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고 있는데, 고덕천과 덕풍천 방향의 지천들은 꽁꽁 얼어 한겨울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올랐던 예봉산과 운길산은 부드러운 능선을 그냥 그대로 겨울 햇살에 무장해제 되었고, 검단산과 팔당대교는 멀리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다.

  봄은 올까, 그래 봄은 올 거야.

처절하게 내 마음을 다진다.

  신은 늘 답을 주신단다.

답은 세 가지란다.

1) Yes.

2) No.

3) Wait.

우리의 답도 세 가지란다.

1) Yes, thank you.

2) No, thank you.

3) Wait, thank you.

  난 내가 원하는 때 내가 원하는 답을 주신 신을 원한다.

신 마음대로 답을 주실 것이라면, 왜 기도하고 기구하고 희구할까?

오늘 나의 묵상이며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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