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중국 여행으로 모처럼 사흘이 비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기분이 억망인 상태로 서울을 지켰다.
요즘 본의 아닌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 내린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랜 지인인 선배 부부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진보와 보수 논쟁에 빠졌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동생네 부부를 섭섭하게 했고, 그 결과 팔순이 넘으신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남편 말대로 걷기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며 사색이고 기도라는데, 얼마나 더 걸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 땅 하루 기행에 따라 나섰다.
초지진에서 시작하여 본오리 돈대까지 강화 나들길 8코스 15km를 걸었다.(11월 20일 일요일)
걷고 또 걸을 것도 없이, 우리 땅 걷기에 따라 나선 이래 제일 조금 걸었던 날이다.
싸늘한 바람의 끝에서 겨울을 만났다.
이 땅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하여 날아온 철새들의 군무에 마음을 빼앗긴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11월의 나무의 정결함에 스스로도 정화되는 것같은 작은 동화(同化)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물 빠진 텅 빈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몇 천 년을 견뎌야만 저렇게 텅 빈 마음 드러내며 고즈넉하게 온 몸으로 겨울 햇살에 의연할 수 있을까?
몇 천 년을 견뎌야만 수많은 생명체를 품고 있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부재(不在)로 빛날 수 잇을까?
갯벌은 또 그렇게 시간을, 파도를, 바람을 견뎌 내겠지.
나도 또 이렇게 내 삶을, 내 영혼의 남루함을, 내 마음의 옹졸함을 견뎌 내리라.
돌아오는 길, 꾸벅구벅 졸며 졸며 마음을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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