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남강 기행(2차)

꿈꾸는 식물 2012. 2. 14. 23:40

  해파랑길 이후 근 세 달만에 우리 땅 기행에 나선다.

그 사이 잠깐 강화도 기행에 갔었지만 당일 기행이고, 신선생님도 오시지 않았던 반쪽 기행이었기 때문에, 너무 오랜만이라는 낯설음에 며칠 전부터 마음이 조금 심난했다.

주선씨는 은근히 설악산 이수회 모임을 이야기하며 압력을 넣고, 이런 저런 일로 그냥 주저 않을까 생각이 많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따라 나서기 백번 천번 잘 했다.

생초면에서 기행을 시작하여 산청읍을 거쳐 남강댐에 이르는 길을 걸었다.(2월 10일 금요일 - 2월 12일 일요일

첫날 26km를 걸었고, 둘째 날은 오전에 9km를 걷고 오후에는 계속 답사여서 마이코치를 쉬게 했다.

문익점의 면화 시배지인 단성면의 도천서원, 성철 스님 생가. 돌담길이 아름다운 단성 남사리, 진주의 촉석루와 의암을 답사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침고요 명상원을 돌아 보았다.

  남강이 당연히 남해로 들어 가려니 생각했던 나는 남강 하구둑이 없으니 바다로 들어가는 강을 보려니 기대 했었다.

그런데 남강이 낙동강의 가장 큰 지류라니 망신살이 전국에 가득 퍼졌다.

그동안 걸었던 남한강, 북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는 달리 자연이 그대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어쩌면 가장 인공의 냄새가 적은 강을 만나고 왔는지도 모른다.

남강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볼 때마다 가슴 뛰게 하는 눈 쌓인 지리산의 연봉 아래로 남강은 봄 내음을 풍기며 흐른다.

꽁꽁 언 얼음장도 있지만,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얼음장을 헤치고 흐르는 강물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버들 강아지는 뽀얗게 살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 봄을 부르고, 하얀 얼음 사이사이 틈을 뚫고 남강은 바쁜 흐름을 재촉하기도 한다.

눈덮힌 천왕봉, 푸릇푸릇 보리밭, 하이얀 얼음장, 녹은 얼음 사이로 흐르는 푸르른 강물, 강물에 씻겨 한 방향으로 누워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

집에 와서 보면 똑같은 사진일 텐데도 계속 디카질을 한다.

  문익점을 모신 도천서원은 대부분 답사를 하지 않아 몇 사람만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었다.

백성을 생각했던 문익점선생을 모신 서원답게 소박하고 정갈하다.

서원 대청을 혼자 온통 독차지하고  따뜻한 겨울 햇볕 아니 초봄 햇볕을 마음껏 즐겼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욕되게 한다'는 말을 실감한 성철스님 생가는 안 가본 것이 나을 뻔 했다.

북한의 주체탑을 연상 시키는 사리탑, 오석으로 만든 다듬이돌, 온갖 화초장과 침상 등 가구들은 정승 댁 부럽지 않아 보였다.

  돌담길이 아름다운 남사리는 1930년대 한옥이라지만 마음이 흐뭇할 정도로 좋았다.

연리지 모습으로 자란 회화나무, 가느다란 담쟁이가  정겨운 방앗간 흙벽, 담쟁이와 흙과 돌이 말 그래도 어우러진 돌담길, 커다란 향나무, 꽃망울을 머금은 목련, 환하게 피어날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드는 오래 묵은 백일홍나무.

대궐과 사원만 둥근 기둥이고, 나머지 집들은 모두 사각 기둥으로집을 지어야만 했던 시절이 다 지난 근대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에도 잘 가꾸어진 한옥이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품위와 당당함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는 논개를 떠올리며 촉석루를 답사했다.

촉석루와 의암, 진주성은 관광객들이 넘치고, 남강변 의암에는 거문고 소리가 풍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남강 반대편 대숲에서 '반지의 제왕'으로 등극한 논개의 촉석루를 바라 본다.

  바우님 지인이 이끄는 아침 고요 명상원을 둘러 본다.

조그마한 야산 곳곳에 자리한 작은 산방에서 하루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넋까지 내려 놓고 지내고 싶다.

호박떡과 귤, 차와 과자 몇 가지,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느껴 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남강이 내 마음에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남강, 남강, 그 아름다운 강을 따라 나도 그렇게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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