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남강 기행(3차)

꿈꾸는 식물 2012. 3. 15. 22:47

  4차로 이어진다는 남강 기행을 3차로 마무리 하신다는 신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24명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기행이니, 회원이 모이지 않아 일찍 끝내시겠다는 말씀에 할 말이 없다.

많은 길을 걸으려니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토요일(3월 17일)에 6시간 동안 26km, 일요일(3월 18일)에 3시간 동안 11km를 걸었다.

나머지는 차로 이동했다.

길잡이인 타이슨님이 지도를 보고 아름다운 길 몇 구간을 선정하여 한바탕 걷고, 차로 이동하고, 한바탕 걷고, 식사를 하고, 사이사이 답사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남강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흔한 목재 데크도 없이 남가은 강의 그 원형을 그렇게 간직한 채, 때로는  산 그림자를 담아 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정갈한 나목들을 품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지조 높은 대나무 숲을 받아 내기도 하며 흘러 흘러 가고 있다.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짜증 내지 않으며 조급증 내지도 않고 '흐름'이라는 강의 본질에 충실하며 아래로 아래로 흐르고 있다.

때로는 남강 가까이 접근해 걸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둑방에서 남강을 내려다 보며 걷기도 하고, 차가운 강바람이 싫어 둑방 아래 마을길로 걷기도 했다.

남강 가까이 걸을 때에는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른 갈대 잎이 켜켜이 쌓인 메마른 풀빛 카펫이 만들어 내는 부드러움에 취해 본다.

둑방에서 남강을 내려다 보며 걸을 때에는 꽃샘추위라 하기에는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바람이 만들어 내는 바람에 온 몸을 맡기며 버드나무 끝에 살짝 걸린 연두빛에 봄을 예감해 본다.

둑방 아래 마을길을 걸을 때에는 비닐하우스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전신주의 바람 우는 소리에 귀를 열어 준다.

강 옆으로 걸으면 둑방길이 아름다울 듯, 둑방길로 걸으면 마을길이 호젓할 듯, 마을길로 걸으면 강이 보이지 않아 허전해 다시 강 옆길이 마음을 끈다.

'가지 않는 길이 아름답다'는 말은 모든 경우에 유효하다.

나는 강 따라 그대로 그대로 계속 걷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갈 길은 멀고, 뒤에 오는 도반들은 오지 않고......

  우리 나라 연못의 정석을 보여 준다는 함안의 무기연당은 너무 아름다웠다.

자연석을 모아 만든 연못 가운데 만든 석가산인 바위산, 연못 둘레의 바람 맞이 정자, 바람에 몸을 씻는다는 '풍욕루',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심은 살짝 휘어진 소나무, 곧 터질 것 같은 커다란 꽃망울을 수고롭게 매달고 있는  동백나무, 연못 둘레석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도반들.

그러나 나를 제일 감동하게 한 것은 무기연당의 초록빛 물빛이었다.

연못에 흔히 볼 수 있는 연잎조차 하나 없는데, 물빛은 청개구리빛 연두빛으로 봄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다.

그 연두빛 물빛을 바라보며 오래 오래 앉아 있었다. 

그 연두빛 물빛에 마음을 내려 놓고 오래 오래 바람에 몸과 마음을 씻고 싶다.

  반구정과 합강정을 마지막으로 스친다.

남강이 낙동강의 가장 큰 지류인 줄도 모르고, 지리산에서 시작한 남강이 지리산을 따라 흘러 진주 지나 남해로 들어 가려니 생각하며, 남강 하구둑이 없으니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한강과 성내천이 만나 듯,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 듯, 한강과 탄천이 만나 듯, 그렇게 합수 지점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못 했다.

남덕유산 참샘(또는 천왕샘)에서 시작한 남강은 이제 드디어 창녕군 남지읍에서 낙동강과 만난다.

태백 황지에서 시작하여 도도하고 의연하게 흐르며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온 낙동강과 그렇게 남강은 하나가 되고 있었다.

2009년 낙동강 걷기 이후 몇 년만에 만난 낙동강은 그 시간을 뛰어넘어 그렇게 혼자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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