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서울 시계 걷기 8

꿈꾸는 식물 2012. 3. 21. 11:42

  석수역에서 서울 시계 걷기 8구간에 나선다.

호암산에서 시작 삼성산을 거쳐 관악산 연주대를 지나 사당역까지 구간이다.

원래는 남태령 지나 우면산 거쳐 한국트럭터미널까지지만, 우리 일행은 무리하지 않고 나누어서 하기로 했다.

큰언니와 산산님, 머핀님과 공샘, 그리고 나까지 다섯 명이 7시간 동안 14km를 걸었다.(3월 17일 토요일)

  헛똑똑이인 나는 스마트폰이 알려준 대로 시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해서 구로 지나 인천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넋 잃고 앉아 있다가,  머핀님의 도움으로 오류에서 하차 다시 구로로 돌아오는 쇼를 했다.

1호선이 인천행. 수원행,  천안행 등으로 다양하게 나누어지는 줄 알지 못 했다.

1호선은 모두 인천행인 줄만 알았기에 그냥 시청에서 환승했고, 구로에서 타지 않은 머핀님을 이상하게 생각했으니......

그래도 산산님은 나랑 똑같은 차를 타셨지만, 구로 다음 구일에서 분위기 파악하시고 빨리 내리셨으니, 나만 국제적인 망신살이다.

1호선은 인천에서 의정부까지, 그래도 도봉산 둘레길 다니면서 종점이 창동, 도봉산, 청량리등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많이 똑똑해진 셈이다.

비웃어도 옛날에 비해 서울을 잘 알게 된 것은 모두 걷기 때문이다.

  지난 밤 내린 비로 대지와 대기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촉촉하게 젖은 겨울 나무 가지에서 연두빛 봄을 예감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이렇게 계절은 다시 오겠다는 그 약속 잊지 않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석수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라 호암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다.

 

   석수역 - 호암산 - 장군봉 - 삼성산 - 관악산 - 연주대 - 사당역

 

  삼성산을 지나 관악산 본 능선으로 접어 든다.

작은 능선을 내려 가는데, 큰언니가 스틱을 바위에 잘못 딛어 작은 사고가 있었다.

뽀족한 바위에 불안하게 딛어진 스틱 때문에 큰언니가 작은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고 가볍게 두 번 돌고, 머핀님이 온 몸으로 큰언니의 삼회전을 저지했다.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고, 얼굴에는 찰과상을 입으셨고, 손도 군데군데 피를 보았다.

그래도 큰언니는 침착하게 애써 해오신 그 맛있는 찰밥을 우리에게 먹이시고, 서울대 쪽으로 바로 하산하지 않으시고, 우리랑 관악산을 향해 가시다가 하산길이 편한 연주암을 거쳐 과천 향교로 하산하셨다.

그냥 서울대 쪽으로 바로 하산하시면 우리의 산행이 얼마나 불안하고 마음이 쓰였을까.

큰언니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셔서 거의 마지막 갈림길까지 같이 걸었다. 

몸이 두 번씩이나 굴렀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온 몸이 아프고 다리에 힘이 쑤욱 쑥 빠질 텐데, 대단한 큰언니이다.

서울 시계 걷기를 시작한 이래 이제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을 하신, 도시락을 싸야 할 때면 우리들 전부의 찰밥과 팥죽 싱싱한 김치와 온갖 반찬을 기꺼이 싸 가지고 오신 이름 그대로 '큰언니'시다.

나는 큰언니 나이 쯤에 큰언니처럼 자신 있고 당당하며 담대할 수 있을까.

나는 큰언니 나이 쯤에 큰언니처럼 젊은 사람들과 걸음을 맞추며 잘 어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을까.

며칠이 지난 지금, 머리의 멍이 왼쪽 눈까지 내려 왔단다.

빨리 붓기가 빠지고 다 낫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삼성산에서 본 관악산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관악산을 소금강, 서금강이라 했다는 말에 기꺼이 동의할 만큼 관악산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경기 5악 : 관악산(서울), 송악산(개성), 운악산(포천), 감악산(파주), 화악산(가평)

관악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이 크다.

사당에서 시작 과천 향교가 재미 없어, 동작동 현충원 서달산 까치산 지나 관악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밋밋해 재미가 없었다.

석수에서 호암산으로 시작하는 이 관악산 연계 산행을 나중에 꼭 해내리라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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