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남설악 주전골

꿈꾸는 식물 2012. 3. 2. 22:36

  삼일절 기념으로 가는 겨울을 배웅하기 위하여 남설악 주전골 산행에 나서다.

지난 주말 폭설이 있었던 영동의 설악이기에 삼월에 만나는 설경에 기대가 가득이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35분 출발하는 한계령 오색 직행을 타기 위하여 산산님은 일산에서 구파발까지 택시로 이동 첫 차를 타셨고, 머핀님은 목동에서 옆지기 차로 당산으로 이동 또 첫 차를 타셔야만 했다.

물론 나는 6시 15분에 집에서 나가는 무한 특권을 누렸다.

테크노마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두 분은 벌써 도착하셨다는 카톡이 날아든다.

온 서울 산악인들은 모두 설악에서 만세 부르나 할 정도로 5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차들은 모두 만차 또 만차이다.

옛 도로로 한계령을 오르는데 새삼스럽게 멀미가 밀려 온다.

미시령 쪽 터널이 생긴 이후 한계령 쪽으로 설악을 온 것은 처음인가 싶다.

한계령 정상에서 내려 오색 약수 쪽으로 내려가 흘림 5교에서 우리 산행은 시작이다.

눈 앞에 바짝 다가온 설악의 풍광을 즐기기에는 급커브 내리막 도로여서 조금 위험한데, 어떤 분의 친절로 조금 걷다가 흘림 5교까지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흘림 5교에서 등선대 주전골을 거쳐 오색약수까지 11km를 걸었다.(3월 1일 목요일)

9시 30분에 산행 시작하여, 1시30분  못 미쳐 끝났으니 느리게 느리게 걸었지만 쉬는 시간 포함해서 네시간만에 아쉽지만 산행을 끝냈다.

  

   흘림 5교 - 여심 폭포 - 등선대 - 주전 폭포 - 12폭포 - 선녀탕 - 성국사 - 오색 약수

 

  한계령에서 내려 오색 약수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설악의 봉우리들을 보며 산산님께서 주전골을 강추하신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설악의 연봉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다.

지난 주말 폭설을 퍼부은 영동의 하늘은 그지없이 새파랗게 맑고 투명하다.

여심폭포에서 바라보는 칠형제봉(?)의 모습은 자꾸만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잡는다.

가운데 네 형제는 우람하고 앞과 뒤의 세 형제는 왜소하지만 다정하게 새파란 하늘을 이고 그 모습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등선대에서 바라보는 남설악을 마주하며 우리는 아점을 먹었다.

하얀 설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마시는 맥주 한 잔의 기쁨과 평화는 오랫동안 내 삶의 큰 위로가 되리라.

비록 신선이나 선녀가 되어 날아갈 수는 없지만 이 현실에 발을 꼬옥 딛고 늘 마음은 하늘을 향하여 커다란 이상을 가지고 살리라고 다짐한다.

등선대부터는 길게 이어지는 하산길.

오대산 소금강의 만물상을 연상 시키는 기암괴석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남설악에 온 우리를 반겨 준다.

그냥 스치고 지나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앞을 보고, 다시 뒤를 보고, 계곡에 앉아 햇볕바라기를 하고, 바위에 몸을 바짝 대고 바위의 숨결을 느껴도 본다.

등선대에서 바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본 머핀님은 급기야 꽁꽁 얼어버린 폭포를 타고 오르는 모험을 하기도 하고, 늘 독사진을 사양하시는 산산님을 등선대에서 설산을 병풍 삼아 '한 달 뒤에 보면 이 사진도 젊어 보이거든요.'하며 한 컷 인증샷을 찍어도 본다.

   2시 50분 차로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워, 오색약수터에서 족욕을 하며 먼산바라기를 해 본다.

족욕을 마치고 산산님의 우리를 위한 떡찜(쇠고기 + 더덕 + 가래떡 + 브로클리)과 머핀님의 산산님을 위한 나물무침(고사리랑 ?랑), 나의 김치찌개에 매점에서 구입한 따뜻한 햇반과 김으로 만찬이 벌어진다.

맥주 한 모금에 하늘 한번 쳐다 보고, 부드러운 고사리 한 입에 아직 설산인 설악에서 봄의 예감을 떠올리고, 맥주 한 모금에 남설악의 연봉과 눈 한번 마주 치고, 대저 토마토 한 쪽에 연두빛 내음 머금은 봄 향기를 느껴 보고, 떡찜의 부드러운 쇠고기에서 채식주의자이면서도 우리를 위해 손수 고기 요리를 해오신 산산님의 마음을 떠올리고, 나물 한 젓가락에 채식주의자인 산산님을 위해 여러 가지 나물을 볶아 가져온 머핀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 보고......

  4시 40분 오색 약수 출발, 흔들리며 흔들리며 우리는 그렇게 서울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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