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누리길 여러 구간 가운데 김포 누리길을 다녀 오기로 마음 먹다.
고양 누리길, 파주 누리길을 장정애님과 부분 부분 걸으며 안내 표지 없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나름대로 공부해 올 것을 주문, 걷기에 나선다.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에서 60-3번 버스를 타고 대명항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주선씨가 기사를 자청했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대명항에서 문수산성을 향하여 산산님과 머핀님, 막내 규니모까지 열시에 출발했다.
오후 5시 10분까지 7시간 동안 28km를 걸었다.(2월 19일 일요일)
김포 1코스(16.1km) : 대명항 - 덕포진 - 원머루 나루 - 김포 CC - 문수산성
김포 2코스(8.0km) : 문수산성 남문 - 홍예문 - 청룡회관 - 조강 저수지 - 애기봉 입구
원머루 나루에서 우리는 김포CC 로 붙지 않고 철조망 쪽으로 걸었고, 문수산성에서 청룡회관까지 포장 도로가 싫고 힘이 넘친 우리는 문수산 정상을 찍고 조강저수지 쪽으로 하산하여 애기봉을 향했다.
아무리 둘레길이라 할 지라도 김포의 대표산이고 높이도 376m 정도이니 문수산 정상 등반 쪽으로 누리길을 확정 지어야 한다는 규니모의 주장을 적극 수용 우리끼리 김포 누리길 2코스를 변경 확정했다.
행주산성에서 호수 공원까지, 호수공원에서 파주 출판단지까지 걸으며 안내판이나 안내 리본을 제대로 보지 못 했는데, 김포 누리길은 거의 감동 수준으로 북한산 둘레길의 친절에 비견할 정도로 잘 정비 되어 있었다.
강같은 바다에 녹아 흐르는 얼음 덩어리, 회색빛 갯벌에 놓여 있는 수십겹의 두터운 얼음 덩어리들, 이 곳이 접경 지대임을 말없는 웅변으로 말해주는 끝없이 이어지는 철조망, 성곽의 방어벽과 전혀 다른 형태의 덕포진 방어벽,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조형물, 지혜롭게 철조망 철책 위에 만들어 놓은 새의 둥지, 가끔씩 마주 치는 해병대 초소.
물 가둔 논에 깃발처럼 나부꼈을 어린 모, 초록 물결 넘실거렸을 여름의 논, 드디어 황금빛으로 절정을 향해 달렸을 가을, 모든 것을 내려 놓은 텅 빈 겨울 논의 기다림, 이제 그 기다림의 끝을 향하여 가는 이 계절 우리가 걸어 간다.
끝없이 이어졌던 대화도 잠시, 따로 따로 마치 동행이 아닌 듯 텅 빈 논을 우리가 걸어 간다.
문수산에서 바라 본 바다는 산에서 바라 본 강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이 바다를 향하여 끝없이 달려 왔을 남한강과 북한강의 그 머나먼 여정까지 모두 안고 그렇게 바다는 거기에 있었다.
유일한 40대 규니모와의 대화는 늘 즐겁고 긴장의 끈을 꼬옥 잡고 있기를 강요한다.
'아티스트'와 '디센던트'에 대한 규니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젊음이 부러워 규니모의 초롱초롱한 눈과 빛나는 얼굴을 바라 본다.
관념 덩어리를 녹여 내어 구체적인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 그 구체적이고 즉물적인 영화를 보고 영화 이면의 관념을 뽑아 내어 대화하는 규니모.
과외 교사 20년 동안 나는 늘 언제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내기 위해 구체적이고 즉물적인 예를 들고 또 비유하고 한자성어나 속담에 빗대어야만 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의 아름다움을 아는 여자인 규니모, 규니모와 대화를 이어 가기 위해 가던 걸음까지 멈추시는 진지한 산산님, 모든 경우를 자신을 기준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귀여운 여자 머핀님.
연천 평화 누리길을 또 숙제로 남긴다.
봄이 오고 있다.
봄은 벼락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 도둑처럼 그렇게 살금살금 온다.
이제 나는 행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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