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선유도, 절두산까지

꿈꾸는 식물 2012. 2. 9. 23:40

  도봉산 둘레길 마지막 구간 숙제를 다음으로 미루고, 노량진역에서 만나 회를 먹는 회식(?) 걷기를 하기로 했다.

압구정역에서 만나 동호대교로 한강 시민 공원으로 접근, 여의도 샛강 생태 공원까지가 오전 걷기 과제, 덤으로 샛강에서 노량진역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오전에 3시간 반 동안 17km를 걸었다.

점심 만찬 후, 노량진역에서 신길역 방향으로 걸어 다시 샛강으로 진입, 한강 하류로 이동 선유도 찍고, 양화대교로 도강, 절두산 거쳐 합정역까지 걸었다.

힘이 넘쳐 합정역 지나 다시 돌아오기까지 해서, 오후에 2시간 반 동안 10km를 걸었다.

결국 6시간 동안 27km를 걸었다.(2월 9일 목요일)   

  압구정역 6번 출구에서 나와 동호대교 보행자 도로를 이용하여 한강 시민공원에 진입했다.

지난 12월 어느 날처럼 한강은 홀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그 모습 그대로 거기 있었다. 

조금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다고 할 수 있는 겨울 한강 공원의 고즈넉함과 인적 드문 쓸쓸함과 정갈함을 나는 좋아한다.

12월에도 무성했던 갈대는 이제 그 풍요로웠던 꽃을 떨구고 대지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래섬에서 바라보는 겨울 햇살 쏟아지는 여의도는 아름답다. 

제일 재미없는 동작대교부터 한강대교 구간을 통과하여 세 개의 철교가 나란히 있는 한강철교를 지나 여의도 한강 공원을 버리고 샛강으로 들어간다.  

지난 12월 여의도까지 걷다가 우연히 마주쳤던 샛강 생태 공원은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한강 공원에 비해 인공이 덜한 샛강은 꽁꽁 언 습지에 나무를 가두며 산산님 말씀대로 주산지 모습을 연출한다.

꽃을 모두 떨구고 줄기와 잎만 남은 갈대 숲이 계속 이어지며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샛강 탐방 지원 센터에서 다시 뒤로 돌아 여의교를 거쳐 대방역 지하 차도를 지나 노량진역까지 열심이 걸었다.

3km 정도 거리를 바람처럼 걷는데 산산님이 잠깐 쉬어 가자신다.

밋밋한 길이어서 빨리 가버리자는 생각으로 옆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마구 걸어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다. 

오전 내내 잠깐 커피 타임 5분 정도 갖고 몰아 치듯이 걸었으니, 참 배려 없는 인간이다, 나는.

머핀님이 마련한 만찬은 너무 행복했다.

싱싱한 회, 회무침, 미역 무침, 기다란 생선(?) 구이, 이름 모르는 생선 찜,  슈렉님이 꼭 먹으라던 매운탕, 그리고 맥주.

근 일 년만에 만난 사장님이 되신 이미자씨도 정겹다.

끝없는 이야기 이야기 속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되는 식사.

  이미자씨와 아쉬운 기약 있는 작별을 하고, 다시 우리는 오던 길을 걸어 샛강으로 간다.

샛강과 한강이 국회의사당 뒤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선유도로 진입하는 계단을 통해 처음으로 선유도를 갔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기존의 정수장 건물을 이용한 재치 만점의 선유도는 겨울이라 아쉽다는 머핀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너무 멋지다.

선유도로 들어가는 다리, 선유도 정자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정수장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봄날이면 앉을 자리가 없다는 선유도 만남의 광장,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양화대교, 양화대교 아래 모여 있는 갈매기(놀랍게도 서해 바닷물을 타고 올라온 갈매기들이 가창오리처럼 한강에서 써핑을 즐기고 있었다.)

날아온 가창오리가 착지를 하다가 얼음에 미끄러진 광경을 보신 산산님은 소녀처럼 즐거워 하신다.    

즐거워 하시는 산산님을 보는 우리들도 즐겁고 행복하다.

  구부러진 양화대교를 강바람에 맞서며 갈매기 구경도 하고, 구부러진 다리 위를 무섭게 질주하는 차들 구경도 하며, 굳굳하게 통과 드디어 도강, 드디어 절두산 성지이다.

몇 번 절두산 성지에 왔지만 늦은 시간은 처음이다.

5시가 조금 지난 절두산 성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특히 목에 큰 칼을 찬 순교자들의 모습을 이용한 문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먼저 떠난 훈이 영혼을 위한 하얀 초에 불을 켜고, 아들과 하나를 위한 합격 초에 불을 켜고, 아타님의 평화를 비는 초에 불을 밝혔다.

잠시 눈을 감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바람이 지나 간다.

  합정역까지 예쁜 자전거 가게와 단정한 북 카페를 보며 걸었다.

행복한 목요일, 이 목요일의 함께 걷기가 오래 오래 평화롭게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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