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도봉산 둘레길(1)

꿈꾸는 식물 2012. 2. 3. 14:25

  영하 17도의 혹한이 몰려와 동장군에 의해 서울은 완전 무장해제 되었다.

도로는 꽁꽁 얼어 버리고, 사람들은 차를 버리고 대중 교통으로 몰려 지하철은 지옥철을 방불케 하며,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을 연장했고, 막차 시간도 연장 했단다.

한번 한다면 하는 우리는 예정 대로 도봉산 둘레길 걷기에 나선다.

얼어 죽을 각오로 길에 나선 우리는 산산님과 이혜리님, 머핀님과 나, 이렇게 넷이다. 메밀꽃님은 자중하시겠다며 뒷날을 기약하신다.

아타님의 격려와 슈렉님의 애정 어린 걱정을 들어가며 길을 떠난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5시간 20분 동안 16km를 걸었다.(2월 2일 목요일)

아침 10시에 우이령 먹자골목에서 만나 4시에 회룡역에 도착했다.

왕실 묘역길, 방학동길, 도봉옛길, 다락원길, 보루길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고 들으며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이 아닌 등산화 발자국을 내며 이야기 한 자락씩 풀어내며 걷고 또 걸었다.

  아까운 것들 얼어 죽을까 봐, 아침도 다 든든히 챙겨 먹고 몇 켤레씩 양말도 겹쳐 신고, 장갑은 두 개 이상씩 겹쳐 끼고, 옷은 움직이기 거북할 정도로 입고 또 입었다.

한 마디로 생각보다는 덜 추웠다.

바람 한 점 없는 겨울날, 햇볕은 따사하게 내리 쬐고, 그동안 쌓인 눈이 없기 때문인지 복병인 얼음판이 없이 화요일 내린 눈이 정직하게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쌓인 눈 위로 살짝 살짝 길을 내어 놓은 고마운 분들(북한산 관리공단 여러분들과 국군 장병님들) 때문에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들으며 폭신폭신 하얀 눈길을 지치도록 걸었다.

잎을 떨군 겨울 나무들은 그냥 나목인 채로 그대로 겨울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하얗게 눈으로 옷을 입은 둘레길은 길로 이어지고, 계곡은 꽁꽁 얼어 버린 채 그 밑으로 봄을 예감하는 계곡물을 흘려 보내고 있다.

가깝게 다가오는 도봉의 여러 봉우리들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정갈한 나목들 사이로 우리를 반긴다.

가끔 마주치는 탐방객 몇을 제외하고 완전 도봉산 둘레길을 우리 넷이 접수했다.

따끈한 김치찌게에 막걸리 한 잔 마시고, 굴을 잔뜩 넣고 끓인 머핀표 매생이국을 마시며 바다 내음에 취하기도 하면서, 살짝 얼어버린 혜리님의 아이스 사과에 함박 웃음을 터뜨리기도하고,  마무리는 바베큐 치킨과 호프로 산산님이 종결지어 주셨다.  

  올 겨울 처음 눈다운 눈길을 밟고 눈다운 눈에 눈길을 주며 샤방샤방 즐거웠다.

아이젠 없이 눈길인 도봉산 둘레길을 걸어본 오늘, 꽁꽁 얼어버린 계곡 조금 얼음장이 녹은 틈을 뚫고 녹아 흐르는 봄을 예감하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오늘이 사는게 시들하고 재미없어질 때 커다란 위로가 되리라. 

 

 

 

 

 

 

 

 

 

 

 

 

 

 

 

 

 

 

 

 

 

 

      

'우리 땅 소모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둘레길(2)   (0) 2012.02.17
선유도, 절두산까지  (0) 2012.02.09
북한산 둘레길(2)  (0) 2012.01.27
북한산 둘레길(1)  (0) 2012.01.20
서울 성곽에서 북악 하늘길로  (0) 201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