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까 말까 망설이는데 소정이가 이모네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소정이 핑계로 집에서 빈둥거리며, 과일도 사고 마트도 가고, 급기야 떡볶이 거하게 먹고 소정이 보내고 소파에서 졸기까지 했다.
갑자기 드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3시가 다 된 시간에, 일부러 지갑도 들지 않고 집을 나선다.
올림픽대교로 한강 진입하여 서울 숲 거쳐, 살곶이 다리 통과하여 송정동 둑방길 지나, 군자교 거쳐 어린이대공원 찍고, 다시 올림픽대교로 이동 집으로 들어 왔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3시간 동안 18km를 걸었다.(1월 12일 목요일)
날씨가 부드러운 느낌이 들 정도로 따뜻한데, 이제 혼자 나서기가 자꾸 꾀가 나는 듯하다.
언제부터 여럿이 떼지어 다녔다고 조금은 한심하기도 하고, 내 외로움에 조금은 수긍이 가기도 하고, 조금은 말랑말랑 까칠함이 줄어든 듯 긍정적인 생각도 들고......
서울 숲을 지나면서 갑자기 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지갑도 없이 길을 나섰는데 뭐 대단한 눈이랴 생각하며 용감하게 눈을 맞으며 걸었다.
살곶이 다리에 다가갔을 때는 눈은 그치고, 송정동 둑방길은 내린 눈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눈길을 거닐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어 착한 새나라 아이들은 없고 운동하는 어른들만 분주한 어린이대공원에는 맑고 고운 동요가 홀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소원을 적은 쪽지를 잔뜩 매달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분수대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여전히 아름답다.
소원 쪽지를 적고, 그것을 매달며 이루어지기를 소망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그 맑고 순수했던 시절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걸어 왔을까?
내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달 수 있는 소망의 나무가 있다면 어떤 소원을 적어 볼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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