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이는 6시20분에 집을 나서고, 주선씨는 7시에 집을 나선다.
날은 아직 채 밝지 않았는데, 대강 여기서 흐느적거리면 걷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는데, 신문을 읽고, 안보윤의 '사소한 문제들'이라는 사소하지 않는 문제를 다룬 책을 읽다가, 홀연히 8시 50분 집을 나선다.
구리 둘레길, 아니면 과천, 또 아니면 양평길, 그것도 아니면 미사리, 잠간 망설이다가 제일 내키지 않는 중랑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살곶이공원에서 그냥 광화문으로 청계천 따라서 갈까 망설이다가, 중랑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이코치에 따르면 5시간 동안 28km를 걷고 또 걸었다.(1월 19일 목요일)
살곶이공원에서 한복을 차려 입은 남매상에게 인사하고, 군자교 장평교 장안교 겸재교 중랑교 이화교 월릉교 한천교 월계교 녹천교 창동교 노원교 상계교까지 걸었다.
올림픽대교에서 석계까지 걷고 테릉에서 지하철을 타고 두 번씩이나 그냥 돌아온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가능한 다 걸어내고 싶었다.
의정부 2500m 표지에서 중랑천을 버리고 도로로 올라왔다.
의정부까지 마저 걸어 버릴까 생각했지만, 다음 날 북한산 둘레길 약속 때문에 접고 돌아선다.
눈 앞으로 다가온 도봉산이 큰 위로가 된다.
온갖 꽃들이 피었던 중랑천 주변에는 새 봄을 위한 작업 차량이 오가고, 검게 타버린 꽃의 잔해만이 쓸쓸하다.
늘 그렇지만 떠난 자리에는 다른 존재가 그 자리를 채운다.
꽃이 떠난 자리에는 겨울 철새들이 가득 가득하다.
자신이 오리라고 착각하고 물로 뛰어 들며 잠수하는 비둘기들, 자신들이 가창오리라고 착각하고 군무를 펼치는 비둘기 무리를 보았다.
너무나 황당하며 디카를 들이댈 겨를도 없었다.
여전한 것은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과 여전히 공사 중인 겸재교 뿐인가?
광진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노원구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
라이더들과 워커 드디어 마라토너들도 보인다.
누구에게 말 걸지 않고, 누구에게 말 대답하지 않고, 커피 한잔 마시는 5분 정도 쉬고, 다섯 시간 동안 걸어 노원역에 도착하여 7호선 타고 건대에서 환승해 강변역에 도착했다.
자유롭고, 그래서 사로 잡히지 않는 영혼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투명해진다.
그 예감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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