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남한산성에서

꿈꾸는 식물 2012. 1. 21. 00:30

 

 

 

 

 

 

 

 

 

 

  주선씨와 남한산성 걷기에 나서다.

친절한 마이코치는 2시간 10분에 8km를 걸었다고 이야기해 준다.(1월 21일 토요일)

사실 목요일 금요일 강행군으로 걸을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는데, 주선씨가 나서겠다니 언감생심 거절할 수 없었다.

장경사에 차를 두고 동문을 향해 출발한다.

  장경사에서 성곽으로 오르며 오른쪽 장딴지가 아파 약간 후회도 했지만, 반대 쪽 성곽을 보는 순간 후회는 사라졌다.

차라리 디카를 가져 오지 않은 나의 준비 없음을 후회했다.

나뭇잎을 모두 다 떨군 숲 사이로 정갈하게 보이는 남한산성 성곽의 그 깨끗함에 내 마음도 정결해진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내 기분에 따라, 자연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가슴에 와 닿고 또 그렇게 남고, 추억으로 각인 된다.

숲 사이로 길게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는 성곽을 처음 본 듯 감탄하며 보고 또 본다.

남문, 서문, 북문을 가볍게 스친다.

  처음 진경이를 마천에서 끌고 올라와 성곽 종주했던 기억, 힘들어 하는 김지희씨와 등반했던 그 날 막걸리와 파전의 즐거움, 진경이 부부와 함께 등반하기 위해 남한산성에 오는데 네비의 농간으로 산 아래에서 고생했던 일, 성옥언니와 눈에 홀려 불연듯 집을 나섰다가 폭설로 허둥지둥 돌아섰던 어느 겨울 날, 위례 둘레길을 돌며 잠깐 스쳤던 그 길, 이수회 여러분들과 어설픈 종주를 대충 해 치웠던 기억, 소정이를 데리고 나선 등반에 김밥을 사지 못해 비스켓에 막걸리 안주로 준비한 김치를 먹였던 유쾌한 기억......

주선씨와 흐드러지게 피었던 성밖 감국을 보았던 기억, 먼 먼 옛날에 성곽이 정비되기도 전에 아들 승민이를 데리고 남한산성을 돌았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밀려 온다.

회상에 젖은 내 기분의 배경으로 눈이 내린다.

내 추억의 배경 위로 눈은 그렇게 내려 내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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