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기

창덕궁을 걷다

꿈꾸는 식물 2012. 1. 1. 19:37

  아들과 브런치로 온 가족이 vips에 갔다.

오랜만에, 정말 너무 오랜만에 온 가족( 주선씨와 아들 그리고 나)이 모여 앉았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어쩌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주선씨와 승민이 그리고 나.

주선씨는 승민이를 걱정하고, 승민이는 그 걱정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되고, 나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 끼어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서 있다.

2012년 새해 첫 날, 주선씨와 승민이 그리고 나는 모두 한 편임을 아프도록 느낀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탑골공원을 지나 창덕궁을 찍고, 인사동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마이 코치는 2시간 반 동안 7.46km 걸었다고 이야기해 준다.(2012년 1월 1일 일요일)

탑골공원에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3.1운동 기념물을 옆에 두고 '독립 만세' 부르는 모습을 흉내내는 일본 관광객을 보았다.

도심은 온통 외국 관광객들 차지였다.

낙원상가를 거쳐 창덕궁에 들어 갔다.

후원까지는 무리일 듯 싶어 주선씨랑 가볍게 돌다가 궁궐 지킴이 문화 해설사 뒤를 따라 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열정으로 설명하는 해설사나, 졸졸 따라 다니며 열심이 듣는 학생(?)들이나 대단했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끼고, 느끼는 것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그 진부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경복궁의 교태전인에 버금하는 대조전에 얽힌, 중전의 처소에 용마루를 얹지 않는, 임금의 매화와 매화틀에 얽힌 일화를 들었다.

한일합방이 결정되고 국쇄를 찍고, 망국의 한을 지닌 순종에 관한 이야기도 애잔하다.

마지막으로 낙선재를 거친다.

헌종의 로맨스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으로, 조선 왕조 마지막 왕족인 영친왕과 이방자여사 그리고 한 많은 덕혜옹주 이야기를 끝으로 창덕궁을 나선다.    

관광객들이 점령해 버린 인사동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빌딩 골바람에 손이 무척 시려웠을 주선씨는 아쉽게도 대조전과 낙선재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하루였다.

'묘 - 원- 능',  '숙종과 장희빈, 인현 왕후',  '정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최숙원',  '서오릉에 오송도손 숙종과 원비 계비 그리고 장희빈까지 모여 있는 그들의 인연',  '매화와 매화틀과 통기',  '대궐의 지붕을 지키는 어처구니'.

머리 속에서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한번씩 스치고 지나간다.

내 나름대로의 Brainstorming.

 인사동의 '일월오봉도'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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