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계 걷기에 나서다.
지축역에서 방화역까지 21.9km인데, 내 마이코치의 업무 태만으로 내 GPS는 19.08km 5시간 30분이다.(12월 17일 토요일)
지축역에서 서오릉 뒷산인 앵봉(244m)과 봉산(205m)를 지나 수색에서 식사하고, 가양대교로 드디어 도강한다.
허준박물관이 있는 구암근린공원과 궁산(105m)을 거쳐 겸재 정선 기념관을 찍고, 마곡 체육공원 지나니 방화역이다.
언젠가 선배 언니와 수색역에서 봉산을 거쳐 서오릉까지 걸었던 기억, 동화님과 여의도에서 김포까지 눈 쌓인 길을 걷고 어묵에 맥주 한 잔 하고 방화에서 헤어졌던 기억이 그냥 두서 없이 스치고 지나간다.
올 겨울 들어 최저 기온이라며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기상 케스터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루 종일 바람 속에 나를 방기하는 오늘도 또 언젠가 추억으로 기억하리라.
다음에 날 좋은 날로 미루라는 남편의 걱정을 저버리고 나온 오늘, 나는 이 싸한 공기와 차가운 겨울 내음이 좋다.
시간과 거리는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때로는 모든 존재들을 아름답게 하며, 그리움으로 미화 시킨다.
그 어떤 회한과 그리움도 없이 그 존재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추억이고, 아픔과 눈물과 절절함으로 그 존재를 아리게 떠올린다면 그것은 상처이리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거리가 있어야 상처가 무늬가 되고 또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바람을 맞으며 조금 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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