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수인선 협궤열차(2)

꿈꾸는 식물 2011. 12. 12. 00:09

  수인선 협궤열차를 따라 걸었다.

안산 한대앞에서 소래포구까지 3시간 40분 16km를 걸었다.(12월 11일 일요일)

신길온천에서 정왕 거쳐 오이도까지는 공단이어서 잠깐 전철을 탔다.

  한대앞에서 중앙역으로 걷는다.

중앙역은 우리 아들이 대학에 가서 미모에 혹해 잠시 빠졌던 동급생 여학생이 살았던 곳이다.

중앙역을 묻는 아들에게 나는 브라질 영화 '중앙역'을 이야기해 아들을 뜨악하게 했다.

미모에 빠져 비틀거렸던 아들 녀석의 행동이 얼마나 나를 실망시켰고 뜨악하게 했는가 녀석은 잘 모를 것이다.

철로 주변에는 녹지가 아직도 남아 있어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프라타너스와 메타세콰이어, 때때로 자작나무도 눈에 띤다.

고잔역 근처는 본격적인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같은 초겨울의 쓸쓸하고 호젓한 풍광도 마음에 닿는다.  

꼬마열차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철로에는 많은 글들이 새겨져 있다.

 

 종점을 알 수 없는 막연한 설레임

 낡은 철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기억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고 있다.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질문을 주는 시공간의 만남.

 

  협궤열차를 기억하는 우리도 시간을 따라 따라 떠나가고, 협궤열차를 모르는 세대가 그 뒤를 따라 따라 밀려오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한 세대가 가면 다른 세대가 오고, 또 한 세대가 가면 다른 세대가 오고......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이 사람들이 이백년 후에 아무도 이 지구상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큰 위로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견딜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질 때, 참아낼 수 없는 자괴감과 열패감에 시달릴 때,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폭 76cm 협궤열차의 끝에서 넓은 갯벌을 만나다.

월곶포구, 소래포구, 그리고 갯벌.

여전히 포구는 삶의 열기로 퍼덕이고 퍼덕이고 있다.

소래포구 생태공원을 여유있게 걸어 오이도로 회귀하려던 계획은 뜻밖에 남편의 출현으로 무산, 남편 차에 실려 평화롭게 집으로 돌아온다.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뜻함이나 그리움은

  저 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그 풍경 속에 설정되어 있는

  그 사람의 그림자와 홀로 만나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풍경속의 가장 쓸쓸한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 윤후명의 *협궤열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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