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서울 시계 걷기 4구간(북한산)

꿈꾸는 식물 2011. 12. 6. 20:40

  서울 시계 걷기 4구간에 나서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밧데리가 너무 빠르게 방전되어 13km 6시간 반만에 백운산장에서 마이코치를 접었다.(12월 4일 일요일)

서울 시계(市界) 걷기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를 따라서 걷는 것이다.

공샘의 꼼꼼함과 GPS가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아차산 용마산 검암산으로 이어지는 1구간, 수락산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2구간, 도봉산 종주인 3구간, 그리고 북한산 4구간이다.

다른 구간보다 한 시간 이른 8시, 우이령 입구에서 장도에 나서다.

 

  우이령 입구에서 육모정 거쳐 영봉을 지나 백운산장에 이를 때까지는 아침에 약간 알바한 두 분 때문에 반 시간 남짓 시간을 버린 것밖에는 그 어떤 불길한 징조도 없었다.

백운대를 옆으로 위문을 지나며 악몽(?)은 시작 되었다.

살짝 살짝 얼어버린 바위가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와, 필사적으로 팔에 온 몸을 걸고 매달려야만 했다.

급기야 바위를 오르던 누군가는 아래로 주루루 미끄러지고, 아이젠까지 차고 나서야만 했다.

산악인에게 "저 공주들은 입만 살아 떠들기만 하고 더럽게 못 간다"는 비난성 짙은 힐책과 지적질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 미끄럼의 고통이 끝나고 꿈길같은 대동문 대성문 대남문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었다.

대남문 지나 청수동 암문 지나며 내가 지난 산행에 했던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의상능선을 버리고 행궁터를 지나 북한산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공샘의 말대로 세번째인데도 시계로 의상능선을 넘지 못허는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의상능선을 살짝 비껴 옆으로 내려온 것이 렌턴 하나 없이 조난 당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했는지는 모르지만, 앞잡이로서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 의상능선을 혼자서 산행했고, 9월에 보현이랑 남편이랑 왔었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선두가 5시 40분에 탐방센터에 내려 왔으니 남편 말대로 참으로 무모하고 무지했는지도 모른다.

지축까지 걷기는 포기하고 아타님이 기다리는 불광역으로 향했다.

 

  우이동 계곡 - 육보정 - 영봉 - 백운 산장 - 위문 - 대동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 암문 - 행궁터 - 북한산탐방지원센터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 있는 계곡, 양지는 녹아서 질척거리고, 음지는 얼음이 살짝살짝 얼어서 깜짝 놀라게 하고, 철모르는 진달래는 가끔씩 분홍빛 얼굴을 내밀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고.

어쩌면 겨울을 보내고 봄을 예감하는 3월의 산행인 듯한 느낌이 나의 생각만은 아닐 듯하다.

이 겨울을 잘 보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2012년 봄에 다시 의상능선을 찾을 수 있을지 마음이 아득하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내 바람인데, 나는 지금 건강하고 건전하지 못한 어떤 구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구석이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명료하게 드러날 때까지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동물적인 진지함을 지니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남편이 나의 주말 산행이 지나치다고 경고를 한다.

남편 말이 정당하다고 느끼고 인정하지만, 용납하기 싫고 싫어 마음으로 고개를 젓는다.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용납하기 싫은 이 모순된 감정의 파장.

머핀님이 뒷풀이 말고 가야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할 때 일어났어야만 하는데, 나 때문에 시계 걷기에 나선 아타님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다 너무 늦었다.

지나치다는 남편의 지적질에 동의한다.

그리고 반성한다.

그러나 쓸쓸하고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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