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협궤열차를 따라서 걸었다.
수원역에서 시작하여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는폐열차 선로를 따라 안산의 한양대역까지 걸었다.
24km를 여섯 시간에 걸었다고 마이 코치는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11월 13일 일요일)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본 경험이 없는 나는 윤후명의 '협궤열차에 관한 보고서'를 읽으며 한번쯤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시간이 흘러 그 남겨진 철로를 따라 따라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하며 걷는다.
수인선 협궤열차 안의 풍경을 그려 본다.
인천에서 생선을 다라이 가득 도매로 사서 수원으로 소매로 팔러 다니는 아낙네들, 남은 것은 시간이고 없는 것은 돈인 푸르른 젊은 아베크족들, 인천에서 수원으로 통학하고 통근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열차 안의 따뜻한 모습을 떠올린다.
이제 시간이 세월이 흐르고, 그 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들은 떠나고 꼬마 열차도 사라지고, 남겨진 철로만이 화석처럼 시간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곧 이또한 사라지리라.
경춘선 열차의 폐선로가 사라진 것처럼.
길잡이인 공샘이 지난 여름 힘들게 걸으시며 발품을 판 덕분에 우리는 4km 이상을 단축하며 걸을 수 있었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들판이 내 마음으로 들어 온다.
모든 것을 끝내고 이제 긴 휴식에 들어가는 들판이 부럽기만 하다.
아직 나는 모든 것을 끝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직은 열심으로 살아야만 한다.
자기 암시를 지나 다짐까지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에도 조그만 꼬마 열차가 빈 들녁을 향하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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