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애님과 지난 여름에 이어 또 다시 고양 누리길 걷기에 나선다.
평화 누리길은 김포누리길, 고양누리길, 파주누리길로, 지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따로 부쳐져 있다.
또 각각의 길은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난 봄, 은아님과 서삼릉 누리길과 행주 누리길을 헤매며 걷다가 끝내 행주산성에 도착하지 못하고 성사천 둑방에서 접었다.
둘 다 고양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기본 방향조차 잡지 못해 완벽하게 헤맸다.
지난 여름, 월드컵 경기장에서 장정애님과 만나 난지천에서 한강을 따라 걸어 행주산성 거쳐 일산 호수공원까지 걸었다.
오늘은 호수공원 옆 일산 킨텍스에서 파주 출판단지까지란다.
사이에 심학산 둘레길도 거쳐 간다.
네시간 반에 걸쳐 16km를 걸었다.(12월 2일 금요일)
장정애님이 기본적으로 방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덜 헤매며 걸을 수 있었다.
커다란 범주에 집어 넣고 소소한 실수는 접어 가며 걷다보니, 주요 포인트인 심학산 거쳐 무사히 파주 출판단지에 도착한다.
커다란 범주인 큰 강물의 흐름, 그 사이 크고 작은 잔 물결같은 하천,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내가 가는 삶의 방향, 그 방향을 향해 가는 도중 만나는 잔물결을 이루는 여러 만남과 헤어짐, 크고 작은 여울인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성취와 좌절.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고양 종합운동장이 보인다.
자유로, 이산포 IC, 고양 종합운동장, 농수산물 유통 센터, SBS 탄현 촬영소, 큰마을 대림 현대 아파트, 그리고 일산 백병원.
지난 여름 일산 호수공원만큼 마음이 힘들지는 않다.
"정말 힘들지 않는가? 그런 거야? 확실히 그런 거야?"
모르겠다. 모르겠다, 정말은 모르겠다.
대화역에서 내려 고양종합운동장 옆을 지나 이산포 IC 방향으로 걷는다.
내가 이 길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편이 운전하는 옆에 무거운 침묵으로, 그리고 끝내는 울며 울며 몇 번이나 다녔는가?
조마조마해서 때로는 다른 길로 돌아 보기도 했고, 바다같은 묵언(默言)인 남편이 섭섭하고 야속해서 가슴이 아파 마음이 찢어질 듯 했고, 집에서 여기까지 오며가며 대성통곡을 하여 눈이 통통 붓기도 했고......
눈물 없이 내가 어떻게 이 길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 없이 어떻게 내가 이 길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모르리라.
아니 아무에게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
아니 영원히 오지 못하리.
그에게는 2000년 1월 20일부터 2003년 9월 15일까지, 나에게는 2000년 12월 어느 날부터 2004년 2월 어느 날까지.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당신은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우리 땅 소모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인선 협궤열차(2) (0) | 2011.12.12 |
---|---|
서울 시계 걷기 4구간(북한산) (0) | 2011.12.06 |
수인선 협궤열차(1) (0) | 2011.11.14 |
위례 둘레길 번개 (0) | 2011.09.17 |
관악산 번개 (0) | 2011.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