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여의도 샛강끼지

꿈꾸는 식물 2011. 12. 1. 22:52

   혼자 나서기 싫어서 여러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다가 11시가 지난 시간에 길에 나선다.

구리 둘레길을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신호등이 바뀐 것을 마치 신의 계시인 양 한강으로 접어 들었다.

네 시간 반에 23km를 걷고 집으로 돌아왔다.(12월 1일 목요일)

 

  잠실철교를 건너 강남으로 자주 갔지만, 미사리나 올림픽 공원으로, 탄천 양재천을 지나 과천으로, 생각하니 참 오랜만에 여의도행이다.

잠실에는 철 늦은 유채꽃이 한창이더니, 반포에는 갈대가 제 철을 만난 듯 그 고운 자태를 뽐내고, 서래섬에는 아직 속이 덜 찬 미완의 무가 완성을 향하여 쑤욱쑤욱 자라고 있다.    

동호대교 지나 한남대교 못 미친 강 기슭에는 철 이른 매화가 애잔하게 송이송이 맺히고 피어 있다.

여의도에서 한강을 버리고 이름만 익히 들었던 샛강으로 접어 들었다.

샛강은 한강과는 다른 느낌으로 습지로 이어지며 고즈넉하다.

날카롭게 곧두섰던 마음이 조금 부드럽게 풀어지며 편안해진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관악산, 가까이 남산과 용마산이 정답다.

굳이 여럿이가 아니더라도 이번 겨울에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서울의 산을 등반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수락산, 불암산, 남한산성, 아차산과 망우산, 예봉산, 검단산.

북한산 둘레길, 도봉산 둘레길, 관악산 둘레길, 송파 그린웨이와 워터웨이, 구리 둘레길, 위례 둘레길.   

남한강 따라 팔당 양평 여주 충주 상주까지 걷기.

북한강 따라 화천 산소길 춘천 봄내길 걷기.

한강 하류 북으로 행주산성 지나 일산 호수공원 파주로 이어지는 평화 누리길 걷기.

한강 하류 남으로 김포 지나 아라뱃길 따라 인천까지 걷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알기 전의 세상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진실로 변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니까.

진실이 불편하고 잔혹한 것은 온 세상은 내버려두고 우리 자신만 덜렁 바꿔놓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기 전에는 두려움에 떨고 지실을 알고 나서는 회한에 몸부림친다.

두려움과 회한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거짓을 우리는 진부함이라 부른다.

김경욱 -혁명기념일-   

 

 

 

 

 

 

 

 

 

 

 

 

 

 

 

 

 

 

 

 

 

 

   

'걷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어서 올림픽 공원까지  (0) 2012.01.12
서울 도심 등산로를 따라  (0) 2012.01.05
서울 성곽  (0) 2011.11.27
혼자서 동네 한 바퀴  (0) 2011.11.19
양평까지  (0) 201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