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서울 성곽

꿈꾸는 식물 2011. 11. 27. 03:25

  서울 성곽을 나홀로 돌다.

23km를 다섯 시간 반에 돌고도 인왕산 정상에서 사직단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인왕산길로 내려 서대문으로 돌아 가려다 약속 시간이 빠듯하여 다음으로 남겨 두었다.

결과적으로는 서울 성곽을 마져 다 돌아 종주하는 것이 정신과 몸에 두루 좋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많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장 해제가 되었는지 모른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11월 24일 목요일 집에서 늦게 나서는 바람에 11시가 지나 시청역에 내려 7번 출구로 숭례문으로 향하다.

 

  싸늘한 초겨울 날씨에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기만 하다.

잎을 떨군 정결한 11월의 나무들 사이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남산타워 옆 열쇠를 걸어 놓고 영원을 맹세하는 담장 옆에, 그  열쇠들과 사랑의 맹세를 적은 엽서들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길을 끈다.

'영원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면 우리네 삶이 얼마나 지난하고 쓸쓸할까 생각하며, 남산한옥마을 서울 성곽길로 접어 든다.

국립극장을 지나 옛 타워호텔(지금의 반얀트리클럽)  서울 성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서울클럽과 평통자문회의사무처 사이를 거쳐 운좋게 신라호텔 뒤 성곽 안쪽을 발견했다.

성곽 안과 밖의 풍광은 전혀 다르다.

성곽 밖 구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성곽 안에서 본 밖의 풍광이 뜻밖에도 인간미가 풍겨 정겹다.

신라호텔의 야외 조각품도 감상하며, 시린 초겨울 하늘도 우러러 보며, 철늦게 물들어 더욱 애잔한 도시의 단풍에 젖어도 보며 동대문을 지나 혜화문 쪽으로 접어든다.

낙산 쪽 서울 성곽이 성곽으로서 모습이 제일 많이 남아 있다.

이제 낙엽을 쓸어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성곽 밖으로 걸어가며 북한산을 바라본다.

남산 - 낙산 - 북악산 - 인왕산의 내산을 돌며 외산을 넘나드는 서울 시계를 떠올린다.

아차산 - 용마산 - 검암산 - 불암산 - 수락산 -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시계를 지금 몇 주 걷지 못하고 있다.

아치형으로 이어지는 혜화문으로 향하는 서울 성곽 보고, 멀리 북한산 한번 보고, 생각은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혜화문까지 성곽 복원은 끝났지만 혜화 로타리에서 이어지는 큰 도로로 결국 한성대입구 지하차도를 이용해 혜화문 앞에 선다.

그리고 와룡공원을 지나 북악으로 접어든다.

숙정문에서 창의문 구간은 북악하늘길을 오르내리며, 진경이랑, 남편이랑, 보현이랑, 안영희씨랑, 진경이 부부랑 수도 없이 걸었다.

그리고 인왕산, 사직공원 하산길 멀리서 하던 성곽 복원 공사가 드디어 정상으로까지 이어져 정상에서 사직공원으로 길이 폐쇄 되었다.(내년 5월 27일까지)

결국 인왕산 정상 찍고 다시 내려와 창의문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여 인사동으로 향한다.

또 미완의 종주를 남겨 두었다.

늘 서대문과 서소문은 남겨져 서럽다. 

진경이 부부랑 걸을 때도 시간이 늦어 북악산에서 마감한 적이 있다.

그냥 내쳐 걸었더라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을까?

그냥 내쳐 걸었다면 생각이 정리된 그대로 남아 주지 않았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유효하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네 삶에도 역시 유효하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갖 풍광을 보며 서울 성곽은 또 그렇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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