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해진 내 블로그가 가여운데,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고, 두 달 이상 방치해 놓았으니 손 볼 자신도 없어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이제 더 이상 방치 않으리라 다짐하며 오늘 하루를 걷는다.
올림픽대교에서 시작해 서울숲 지나 살곶이 다리 거쳐 송정동 가로수길, 군자교에서 어린이대공원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18 km를 3시간 37분에 걸었다고 아디다스 마이 코치가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11월 19일 토요일)
오랜만에 혼자 걷고 걸었다.
여럿이 걷다보니 이제는 혼자 나서는 일이 쉽지 않다.
언제부터 여럿이 걸었다고, 혼자 나서기를 주저하는 나의 못된 습관에 눈 흘겨준다.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또 지나가며 이또한 지나갈 것인데, 왜 이렇게 조바심 내고 힘들어 하며 나 자신을 들볶는지 모르겠다.
어떤 은행나무는 혼자 물들지 않아도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며 노란 은행 나무 사이에서 저리 홀로 푸르른데, 시간을 견뎌낸 억새풀은 저렇게 하얀 꽃들을 날리는데,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11월의 나무들은 푸른 하늘 아래 저렇게 의연한데, 그 화려한 영광의 꽃들을 다 보내고 벚나무는 시간이 훈장처럼 부여한 단풍잎을 매달고 시린 하늘 아래 저렇게 당당한데......
지금, 이 순간 ,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한 시간.
송정동 가로수길에서 발견한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이 마음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