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전주 천년고도 옛길

꿈꾸는 식물 2011. 6. 23. 21:31

1. 전주 천년고도 옛길

 1) 2코스

   경기전 - 전동 성당  - 풍남문 - 완산 칠봉 - 용머리 - 다가산 - 어은골 - 서신동  - 전주천변 - 종합운동장

 2) 1코스

  덕진 공원 연지문 - 최명희 묘소 -  단풍나무 숲길 - 오송지 - 편백나무 숲길 - 프라타나스 숲길 - 조경단 - 편백나무 숲길  

 

2. 6월 19일 일요일

 

3. 언니, 피아노 샘, 진경이, 정인씨와 우리 땅 여러분 

 

4. 드디어 전주 천년고도 옛길이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결혼해서 전주를 떠난 28살까지 만 십 년 전주에서 살았다.

주선씨를 만나 결혼을 했고, 엄마와 아빠가 지금도 계시고, 시댁이 잇는 곳.

그러나 나는 전주를 잘 알지 못 한다.

고등학교 때야 다들 학교와 학원, 집만 시계추처럼 다닌 시절이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대학교와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나는 늘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뒷전의 아웃사이더로 주변인 내지는 경계인으로 살았다.

완산 칠봉을 처음 올라 갔으니 더 무엇을 말하랴.

 

  주선씨와 다가공원을 갔던 기억 하나.

그 날은 처음으로 등화관제 야간 민방위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비가 그친 오월의 다가공원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했다.

아카시아  내음에 취하며 전주 시내가 일제히 불이 꺼지는 광경을 함께 했다.

잘 정비되지도 않은 천변을 걸어 걸어서 집으로 돌아 왔다.

  주선씨랑 덕진공원에 갔던 기억 둘.

주선씨 교련이 있던 금요일이었던 듯.

그 때 덕진공원은 입장료를 받았었다.

나는 표를 끊어 제대로 입장하고 주선씨는 돈이 아까워서보다는 젊은 치기로 월담을 했다.

비가 그친 뒤라 벤치에는 물기가 있었다.

주선씨가 가방에서 입었던 교련복을 꺼내 바닥에 깔아 주었다.

우리 아들 녀석이 제 여친에게 옷을 깔아 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소중하게 대해 준다는 느낌에 가슴이 두근두근, 마음이 반짝반짝.  

  주선씨 입영 전날 기억 셋.

시댁이 있던 완산동에서 다른 친구들과 헤어지고 우리 집이 있는 진북동까지 걸었다.

내일이면 떠날 주선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혼자 남겨질 내 자신에 대한 자기 연민에 빠져 많이 울엇다.

그 때 주선씨가 건넨 하얀 손수건이 지금도 노트 속에 그대로 있다.

집까지 거리가 영원이길 얼마나 바라고 바랐는지, 송창식이 일갈한 것처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천천히 걸었으면'을 간절히 소망했던 그 밤은 1980년 5월 13일 아마 화요일이었다.

  주선시와 약혼식을 하는 날, 경기전에서 사진을 찍고, 그 다음 해 전주를 떠났다.

남희, 은희, 현옥이랑 어울려 은행잎도 다 떨어진 겨울의 초입 경기전에서 푸르른 우리가 함께 약혼 야외사진을 찍은 날은 1985년 11월 3일이었다.

그리고 날들이 그렇게 갔다.

  경기전 , 다가공원, 전주 천변, 덕진 공원, 그리고 건지산의 전북대학교.

언니랑 진경이랑 걸으며 세월을 생각한다.

때때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워 눈물겹다.

때때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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