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지는 브레인 스톰(brain storm).
'인간의 위대성을 나타내는 공식은 운명애(運命愛)이다. 필연적인 것은 감내해야 하고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 땅의 괴체(괴테와 니체의 인용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신샘의 기행 마지막 날 화두이다.
그날 길이 포장 도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포장도로를 뜨거운 뙤약볕 아래 걸어갈 도반을 위로하기 위한 샘의 지적인 고육지책 구호였다.
포장 도로가 필연이라면 포장 도로를 감내하고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
때로눈 매연까지도 감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샘이니, 포장도로는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길벗들은 재빨리 " 여행은 행복해야 한다. 짜증 내면 나만 손해. 짜증은 나의 적."이라며 차마고도 트레킹의 **오빠의 구호를 외쳤다.
제대로 먹여주지 않아 우리를 기아선상에 허덕이게 해놓고, 짜증 내지 말기를 강요했던 **오빠의 짜증나는 구호가 떠오르는 것은 나의 지적 수준이 저급하기 때문일까?
안동을 지나며 안동의 아들 하소소님이 안동 버버리찰떡을 사셨다.
옆에 앉아 있던 서울댁 안동 며느리 은행나무님의 안동 양반에 대한 이야기 한 마디.
결혼해서 제사를 지낼 때 안동 양반들은 며느리들이 어디에서 밥을 먹는지 관심조차 없어, 부엌에서 먹어야만 했고, 그나마 먹으려고 하면 숭늉에 과일에 대령할 것도 많았단다.
제사 끝나면 안동 간고등어에 안동 찰떡을 안동 아들들은 맛있다고 먹는데, 안동이 아닌 며느리들은 떡은 후식이고 고등어는 반찬인데 그 묘한 궁합에 고개를 설레설레.
하소소님은 안동의 아들로서 지은 죄가 있어 그냥 민망해 웃는다.
문득 떠오른 이문열의 '선택'.
영동의 신사임당이라는, 그래서 이달의 문화 인물에도 선정된 정부인 안동장씨.
안동 장씨의 입을 빌려 이문열은 제사상 시루떡에 김이 오르지 않자 종부가 대들보에 목을 맨 것에 감동하고, 은밀하게 강요된 열녀문을 위한 자결에 학같은 고고함이라며 매료된다.
이혼을 절반의 성공으로 여기고, 간음을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외치며, 하류 대학원이나 문화 센터에 다니느라 아이들을 방치하고 성의 없고 썰렁한 저녁 밥상을 들이민다며 요즘 것들을 매도했다.
이문열과 공지영이 한판 맞장을 떴던 해묵은 페미니즘 논쟁이 떠올라 새삼스럽다.
선택, 이문열, 공지영, 안동장씨가 막히지 않고 떠올라 조금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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