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동해 해파랑길(5차) 1

꿈꾸는 식물 2011. 6. 8. 12:00

1.동해 해파랑길(5차)

 1) 축산항

 2) 대진 해수욕장

 3) 영덕군 병곡면

 4) 울진군 후포면

 5) 평해읍 월송정

 6) 기성면 봉산리

 7) 망양 해수욕장

 

2. 6월 4일 토요일 - 6월 6일 월요일

 

3. 우리 땅 여러분

 

4.

  길을 걸으며 참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름하여 내 나름의 브레인 스톰(brain storm).

평소에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떠올라 궁금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갖 용어들이 떠올라 머리 속에서 춤을 춘다.

검색의 생활화를 하기에는 컴퓨터가 멀고, 스마트폰이 아닌 것이 눈물겹게 서럽다.

 

  월송정에서 시작하는 관동팔경이 무엇인지는 샘의 설명으로 해결했다.

월송정, 총석정, 망양정, 낙산사, 경포대, 청간정, 삼일포, 죽서루.

삼일포 대신에 영랑(永郞) ·술랑(述郞) ·남석랑(南石郞) ·안상랑(安祥郞) 등 화랑이 놀았다는 것만 떠올라 영랑호가 아닐까 헤맨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영향을 준 안축의 관동별곡에 이르러 심각해진다.

송강의 그것은 가사인데, 안축의 그것은 무엇일까?

안축은 고려 때 문신이므로 가사는 조선 시대 상춘곡이 효시이니 가사는 아닐 터, 고려 가요도 시조도 아닌 것은 분명하니 경기체가가 아닐까?

교과서에 나온 '모란과 작약 동백이 핀 모습이 경기 어떠하니잇고'가 무엇이냐는 산산님의 질문은 바로 한림별곡이 떠올랐다.

청산별곡은 어떤 장르냐는 해파랑님의 질문에 고려가요라며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읊펐지만 안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빙고, 안축의 죽계별곡과 관동별곡은 경기체가였다.

  파인트리님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세브린느'를 주연한 프랑스 배우 이름에 막혀 헤맸다.

까뜨린느 드뇌브를 생각한 것까지은 좋았는데, 오마 샤리프와 함게 주연했던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태자의 사랑 이야기 영화 제목에 부딪혀 좌초했다.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태자 루돌프의 사랑과 동반 자살로 이어지는, 비는 춤추며 내리고 눈은 긴 잠을 뜻한다가 아니면 반대일 수도 잇는 대사도 아른거리는데 제목은....

제목은 비우(悲雨)였다.

동반 자살하려는 날 아침,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한 대사였으니, 논리적으로 눈이 춤을 추고 비가 긴 잠을 의미해야 하지만, 내 기억은 정반대이다.

비는 춤을 추며 내리고 눈은 긴 잠을 뜻한다.

그러나 그들은 비 내리는 날 영면(永眠), 긴 잠에 들어간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으니 영화를 보며 확인해야만 하니 성가시다.

그래도 기어코 확인해야만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드니 못 말리는 불편한 성격이다.

이런 동물적인 진지함이 나는 싫증난다.

파인 트리님과 놓친 한 가지는 까뜨린느 드뇌브가 쉘브르의 우산에 출연했다는 사실.

쉘브르 우산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둘 모두 다 생각지도 못 했다.

코메디 하나 더,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를 작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라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헤맨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하자.

이런  브레인 스톰(brain storm)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고통과 자괴감을 강요하지만, 나는 즐겁다.

이런 것이 지적 허영이라면 기꺼이 지적 허영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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