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걷기

동해 해파랑길(4차)2

꿈꾸는 식물 2011. 6. 1. 02:30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전에 문무왕릉에서도 바다를 향해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에 지아비들을 맡겨야만 했던 바닷가 마을의 특성 때문에 곳곳에서 성황당을 볼 수 있다.

그럴 듯한 나무가 있는 곳에는 제사를 모실 수 있는 사당이 있다.

  이번 해파랑 기행에서는 운 좋게 용왕님께 제사 올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소원을 적은 깃발을 걸어 놓고 제를 올리고 있었다.

다른 도반들은 카메라를 들이대어 가까이 제사상까지 촬영을 하였는데, 나는 불경하다고 용왕님이 화를 내실까 멀리서 온갖 빛깔의 깃발과 소원을 적은 종이 깃발을 살작 찍었다.

열렬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훔쳐 보며 옆에 함께 안자 나도 소원 한 자락 빌고 싶었다.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 

 

 

 

  깃발은 이상향 해원을 향해 날아가고 싶어 하는데, 깃발을 잡고 있는 푯대 때문에 끝내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한다.

깃발의 발목을 잡는 푯대를 내버리면 푸른 해원에 갈 수 있으나, 푯대가 없는 깃발은 깃발이 아니라 단지 천 조각에 지나지 않을 뿐.

푯대로 인하여 깃발은 몸짓에 불과한 천조각이 아닌 깃발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 푯대 때문에 푸른 해원에 도달할 수없다.

이것이 깃발의 슬픈 딜레머.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다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푯대라는 현실 때문에 끝내 자신이 꿈꾸고 갈망하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꿈꾸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것이 슬픈 인간의 숙명.

  우리 실패할지라도 꿈꾸기를 포기하지는 말자.

비록 현실이 남루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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