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모로코

꿈꾸는 식물 2011. 5. 14. 01:15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타라파에서 탕헤르로

 

  코스타 델 솔(태양의 해변)의 아름다운 휴양지 말라가에서 하루를 보내다.

선배 언니랑 제주 올레를 하며 제주의 깊고 푸른 바다 물빛이 지중해 물빛을 닮았다고 감탄을 했는데, 드디어 우리가 지중해에 왔노라고 흐뭇해 했다.

급기야 언니는 지중해 물맛을 간 보기까지 했다.

지난 해파랑길, 바다의 꽃 주상절리를 동그랗게 펼쳐 놓은 바다를 보며 지즁해의 물빛을 떠올렸는데, 나 지금 지중해에 있다.

감동의 쓰나미까지는 아니지만 폭풍 감동 정도!

지중해의 타라파에서 지브랄타 해협을 14km 건너면 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한다.

지중해의 물빛이 새파랗게 투명하다면 지브랄타 해협의 물빛은 녹색 나뭇잎이 비치는 깊은 산 속의 계곡 물빛이다.

맑고 투명한 계곡물에 연두빛 나뭇잎이 비치면 옥색빛의 파스텔톤 지브랄타 해협의 물빛이 된다.

파란 코발트에 하얀 색을 잔뜩 풀어 만든 부드러운 느낌의 물빛에 감탄 또 감탄한다.

 

 

 

 

 

 

 

 

 

 

 

 

 

  에메랄드빛 지중해를 지나 옥색빛 지브랄타 해협을 건너 모로코로 국경을 넘는다.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안토니오가 갔던 길을 따라 타라파에서 탕헤르로 이동한다.

안토니오가 자신의 영혼을 닦는 그 과정을 연금술이라 했던 코엘료를 떠올린다.

  '당신은 얼마나 당신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나요?"

  '당신 마음은 무엇을 항상 바라나요?'

  '이 세상을 당신은 무엇으로 바라 보나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고 또 던져 본다.

코에료의 여자 이름이 들어 가는 소설 제목이 무엇이냐는 선배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 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인데.

검색의 생활화가 주는 힘이다.

  멀리 보이는 회교 사원의 높은 탑에서 이곳이 이슬람 국가임을, 호텔 주인의 가족 사진인 줄 알았던 호텔 로비에 걸려 있던 사진이 국왕의 가족 사진이라는 설명에서 이곳이 입헌군주국임을 새삼 깨닫는다.

싱싱한 야채로 가득한 식탁, 싱싱하다 못해 살짝 흙내음까지 풍기는 식탁은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말해 준다.

과수원에서 갓따서 물로 살짝 씻어 가져온 오렌지의 향내는 맛있는 오렌지의 가치를 웅변으로 말해 준다.

스페인 냄새와 이집트 냄새가 함께 공존하는 모로코, 진주를 만들어 내는 조개처럼 유럽의 바람과 아프리카의 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고 견뎌내며 다양한 문화를 피어내는 모로코.    

이슬람이 득세하면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도보가 되어야만 했던, 유럽이 득세하면 아프리카로 뻗어 나가는 발판이 되어야만 했던 모로코가 만들어낸 문화의 다양성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고통과 아픔을 안으로 안으로 안고 견뎌서 진주를 만들어 내는 조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마음까지 서늘해진다.

나는 내게 오는 고통과 아픔에 얼마나 소리 내어 엄살을 부리며 힘들어 했던가?

내가 질머진 십자가가 제일 무거운 것인 양 얼마나 어리광을 부렸던가?

나와 다름을 거부하고 내 것에 대한 아집으로 중무장하며, 늘 엄살 부리며 살아온 내 삷을 돌아본다.

여행은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의 삶과 가치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문학 작품 읽기와 통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낯선 먼 곳에서 내 자신을 아프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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