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그라나다

꿈꾸는 식물 2011. 5. 13. 23:54

알함브라 궁전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허밍하며 가느다란 빗속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만나러 간다.

무슬림이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며 '이 궁전을 두고 가는 것이 이베리아 반도를 잃은 것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온 몸으로 증명하며 알함브라는 시간의 파도를 넘어 거기에 있었다.

알함브라의 진면목인 나사렛 궁전은 사고로 관람이 중단되어 보지 못하고 '다음'이라는 미련을 남기고 떠나야만 했다.

주선씨 말대로 '마음'을 놓고 떠나 왔는지도 모르겠다.

  궁전 앞에는 병사들의 막사 시설이 있다.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별로 방과 화장실을 만들고 가운데는 정원을 꾸미고, 이런 형태가 여러 개 계속 이어져 있다.

평생을 전장에서 보내야만 했던 병사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이 막사에서 살았던 병사는 어느 전쟁에 참전했으며 어느 전쟁에서 삶을 마감했을까?

전쟁에서 돌아와서도 궁전을 지키기 위하여 궁전 앞 막사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 많은 무명의 병사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 바퀴와는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역사.

전망탑에서 멀리로는 카사 블랑카(하얀 집)가, 가까이에는 병사들의 막사와 둥글게 만든 돌폭탄이 보인다.      

  거대한 사이프러스를 철사로 조이고 조여 모양을 만들고 아치로 연출한 인공 정원의 진수를 보여 주는 헤네랄리훼 궁전과 정원.

14세기 술탄의 여름 별궁인 이 궁전의 정원은 베르사이유 궁의 신봉자인 주선씨도 거듭 감탄을 할 만큼 아름답다.

아치형으로 다듬어진 사이프러스 길, 이제 꽃잎을 떨구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마로니에, 온갖 종류의 향기를 은은하게 피어내는 허브 또 허브, 아직 노오란 열매가 달려 있는데 꽃을 피어내며 향기를 흩날리는 오렌지.

정원의 모든 것들이 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물이 귀한 무슬림의 정원답게 분수를 위한 물이 아니라 물을 위한 분수가 계속 펼쳐진다.

분수대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타레가의 실연의 슬픔을 떠올린다.

  노을빛이 아름다워 '알함브라' 이름 지어졌다는데, 노을빛 알함브라를 그리움으로 남겨 놓고 오렌지 향기 흩날리는 그라나다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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