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여행

톨레도

꿈꾸는 식물 2011. 5. 13. 11:58

1. 톨레도 대성당

  성모 마리아의 두 얼굴을 만나다.

서유럽을 아직 만나지 못한 나에게 본격적인 성당 투어는 톨레도 성당이 첫 만남이다.

'하얀 성모'라는 이름의 조각은 마리아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미소를 보여 준다.

어린 예수를 안고 못내 사랑스럽고 못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젊은 마리아를 보았다.

어린 아들이지만 신성을 지니었기에 서로 마주보지 못하고 엇갈려 가는 시선과 시선.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비교해 '에스파냐의 모나리자'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그 미소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또 하나 톨레도 대주교에게 성의를 내리기 위하여 친히 하늘에서 강림한 마리아의 미소는 애잔한 슬픔이었다.

환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는 대주교의 모습과,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린 마리아의 모습.

피에타의 마리아보다 더 아프게 다가온다.

신비로운 미소의 마리아와, 마음 깊은 가운데 슬픔과 아픔을 지닌 미소를 띠우는 마리아.

마리아의 잔잔한 슬픔에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2. 톨레도 구시가지

  톨레도는 고요하고 정갈한, 어쩌면 방금 얼굴을 씻은 5월 같은 얼굴을 지닌 도시이다.

삼면이 타호강으로 둘러 싸인 중세의 종교 수도인 톨레도는 크고 작은 수많은 성당(50여개)을 지닌 천연의 요새였다.

굳이 해자를 팔 필요도 없이 타호강이 도시를 안고 흘러 가고, 그 강가에는 시간을 낚는 강태공들이 있었다.

이 타호강이 리스본까지 흘러 흘러 테주강이 되어 대서양으로 간단다.

강은 수많은 하천을 안고 받아내며 다른 강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어머니 바다에 이른다.

이 불멸의 진리 앞에 새삼 숙연해진다.

타호강에 놓인 로마 시대의 다리,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길게 자라 하늘로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 지중해의 흰 빛도 아니고 서유럽의 붉은 빛도 아닌 황토 빛의 집들.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가고 또 오고 가지만  중세의 고도는 고요함 속에 부서지는 햇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공기까지 투명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까지 투명하고 향기롭다.

여기 이 자리에 공기처럼 바람처럼 어느 것도 욕망하지 않고 투명하게 빛 바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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