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소모임

역사를 걷다(1)

꿈꾸는 식물 2011. 4. 15. 12:01

1. 단종비(정순 왕후)를 찾아

 1) 자주동천

 2) 청룡사 : 정업원

 3) 동망봉

 4) 영도교

 

2. 이화장

3. 비우당

4. 동묘

 

5. 청계천 따라 응봉산을 거쳐 서울숲까지.

 

6. 은아님과 함께

 

7. 은아님과 종로구를 걸으며 역사 기행을 한 날.

단종비인 정순왕후의 자취를 찾고,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의 이화장을 거닐었다.

 

  정순왕후가 폐비가 되어 속세와 인연을 끓고 머물렀다는 청룡사, 생계를 위하여 자주빛 염색을 하였다는 자주동천, 단종이 있는 영월 청령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을 동망봉을 걸었다.

갑자기 은아님의 계획에 동참한 탓에 내가 늘 가고 싶어하던 정업사가 바로 청룡사라는 것을 알지 못 하고, 그냥 지나오고 말았다.

청룡사 바로 옆에 나란히 있는데 그냥 스치고 다 내려와서 다시 정업사를 찾다가 아는 사람이 없어 속수무책 돌아오고 말았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끼고, 느끼는 것만큼 사랑한다'는 말은 늘 유용하다.

      

  김별아의 '영영 이별 영이별'을 윤석화의 연극으로 보았던 2005년을  떠올린다.   

 

  '어쩌면 인생은 배죽이 열린 문틈으로 훌쩍  스쳐 지나가는 흰 말과 같지 않은가요?  누구라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보았다 자신할 수 없고, 사부랑삽작  뛰어올라 탔노라 으스대며 뽐낼 수 없는 찰나!!'

 

  열 다섯에 왕비가 되었고, 열 다섯에 대비가 되고 단종을 떠나 보내고, 혼자 남겨져 예순 다섯 해를 살아낸 정순왕후의 삶을 '찰나'라는 한 단어로 요약한다.

어찌 정순왕후의 삶뿐이겠는가.

그녀의 삶처럼 극적인 요소가 덜 하여 평범하고 밋밋할 뿐이지, 우리네 삶 역시 찰나인 것을.

누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삶의 모습을 속속들이 그 오지(澳地)까지 볼 수 있을까.

'열린 문틈으로 훌쩍 스쳐 지나가는 흰 말'과 같은 불가해한 삶의 비의(秘意).

그래서 그녀는 예순 다섯 해를 살아 남았노라고 윤석화를 통해 절규한다.

     

  '왜 자진하지 않는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가? 내게 죽음을 요구하는 세상의 눈초리가 따가워질수록 나는 더욱 이 불가해한 삶을 끝까지 견디고 싶어졌습니다. 이상스런 빛으로 번쩍이는 나의 생애에, 마지막 목격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산울림 소극장에서 배우인 윤석화도 울고 관객들도 울고, 동생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목 놓아 울었다.

'이상스런 빛으로 번쩍이는 나의 생애에, 마지막 목격자가 되고 싶었다'는 정순왕후의 독백에 무장해제된 나는 그녀의 삶의 막막함과 아득함에 내 슬픔까지 얹어 울었다.

눈이 짓물러 안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그 시절을 무사히 지나, 나는 이렇게 살아 남았다.

배죽이 열린 문틈으로 삶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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