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일기

11월 5일 금요일 난지도까지

꿈꾸는 식물 2010. 11. 5. 23:41

1. 난지도 기점 0km를 향해

 1) 올림픽대교로 진입

 2) 잠실철교

 3) 잠실대교

 4) 청담대교

 5) 영동대교

 6) 성수대교

 7) 동호대교

 8) 한남대교

 9) 반포대교

 10) 동작대교

 11) 한강대교

 12) 한강철교

 13) 원효대교

 14) 마포대교

 15) 서강대교

 16) 당산철교

 17) 양화대교

 18) 성산대교

  

 

 

 

 

 

 

 

 

 

 

 

 

 

 

 

 

 

 

 

 

 

2. 혼자서 혼자서

난지도까지 25.5km

돌아서 상암 월드컵 경기장까지 3km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걷고 걷고 또 걷다.

 

3. 난지 기점 0km는 내 생각보다 훨씬 멀고 멀었다.

작년 이때쯤 동작대교 지나 한강대교 못 미쳐 걷기를 중단했다.

올 여름 여의도까지 걷고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다.

한강 남쪽으로는 양재천이나 장지천, 반포천을 가기 위하여 여러 번 걸어본 적이 있지만 깅북으로 이렇게 걷기는 처음이었다.

 

  민둥산의 억새보다 더 많은 갈대들이 흐드러지게 강 바람에 흔들린다.

제주도의 삼나무에 비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삼나무들이 내년을 기약하며 쭉쭉 뻗은 키를 자랑한다.

여기 저기 노오란 감국은 여전히 가을이다.

때 모르는 메꽃과 메도골드, 때 늦은 코스모스도 애잔하다.

자생력이 생긴 비둘기들이 닭처럼 모여 모여서 모이 찾기에 부산하다.

참새들은 참새대로 떼지어 날아 다니며 모이를 찾는다.

리모콘으로 미니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하늘 높이 연을 띄우고 띄우는 사람,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모여 모여서 게이트볼을 즐기는 어르신들.

 

 

  이 모든 것보다 나를 사로 잡았던 것은 마른 풀냄새, 마른 풀냄새이다.

여름 내내 한강공원을 차지했던 슈크렁, 강아지풀, 갈대 등이 말라 가면서 피어내는 마른 풀냄새가 지금도 내 마음에 가득하다.

식물들은 저렇게 곱게 세상을 떠나는데, 동물들은 ...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내게서 날 시취(屍臭)를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

그래서 조경란도 '복어'에서 유품관리인 이야기를 했으리라.

마른 풀냄새를 가득 날리며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축복이리라.

마른 풀냄새까지는 못 되더라도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너무 야무진 꿈인가?

하나 꿈 꿀 권리는 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