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다녀 본 사람들은 북한산 자락의 평창동 집들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
북한산 둘레길의 평창마을길을 지나며 그 대단한 집들을 하나하나 뜯어 본다.
북한산을 자신의 정원으로 앞에 두고 있는 집도 있고, 북한산을 병풍처럼 뒤에 두고 있는 집도 있다.
성곽처럼 높게 축대를 쌓아 올려 적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해자를 깊게 판 옛 성곽의 분위기를 연출한 집도 있다.
높게 쌓은 축대에 온갖 나무로 조경을 해서 밖에서는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집도 있다.
북한산 둘레길이 아니라 집 구경을 나온 것 같다는 어떤 민초의 분노에 찬 항변도 어느 정도는 정당하다.
마음을 비우려고 둘레길에 나섰다가 상대적 박탈감만 느낀다는 남편의 장난기 어린 불만도 나름대로 정의롭다.
평창마을길 지나고 이어지는 사색의 길에서 '공정 사회'에 대해서 사색하는 나같은 얼치기 평등주의자도 있다.
한강을 거실에서 바라보며 세 식구가 살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집을 가진 사람이 '공정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진경이의 비난도 정당하다.
평창마을길은 형제봉까지 오르는 길이어 높아서 힘들고,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마음이 언짢고 무거워 힘들다.
우리 사회가 슬로건으로 내건 '공정 사회'에 대해 조금은 비분강개하게 만드는 평창마을길을 나는 지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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